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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보며 떠오르는 斷想
기사작성: 2020-11-26 11:01:10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이를 위한 노동조합법 정비(개정)와 관련해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ㆍ제도가 국제적 노동 기준을 수용해 그 수준을 제고하고, 노사 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합리적 개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ILO 핵심협약은 개괄적 규정으로 인해 추가적 해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내려온 권고의 효력 및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기초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비준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의 노사관계 환경이나 생태계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ILO 핵심협약 규범의 수용이 이뤄질 경우 초래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법 개정을 통해 우리 노사관계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왜 그와 같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핵심협약의 비준과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은 단순히 협약의 내용만을 비준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에 미치게 될 노사관계 및 사회ㆍ경제적 영향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의제임에도 이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부재하다.
그 결과, 한쪽은 협약 비준 및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 내지 당위성을 도덕적 내지 규범적으로만 역설하고, 또 다른 일방은 협약 비준 및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정적 화법으로 방어해 결과적으로 양쪽의 주장 및 논리가 팽팽히 맞서기만 할 뿐 전혀 쟁점별로 타협이 이뤄지거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답보 상태다.


더욱이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 나아가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와 역학관계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매우 큰 폭발력을 가진 장치를 여럿 가지고 있다.
기업 단위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닌 자, 해고자와 실업자까지로 확대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사실상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이라는 기조하에서 단결할 자유 내지 권리의 강화라는 노동시스템의 강화로 요약된다.
정부는 ILO의 핵심협약 비준 및 노동관계법령의 개정 등을 통해 국제적 노동 기준을 충족시키고자 한다고 하나, 노조법의 중요 영역의 하나인 대체근로ㆍ직장폐쇄ㆍ직장점거와 같은 쟁의행위 영역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채 배제되고 있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노조법 개정의 경우 현재 집단적 노사관계의 불안정적인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노사관계의 균형성을 저해하는 부분은 어디인지를 명확히 진단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사의 기본권이 조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개정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와 같은 목표와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노사관계의 지평을 바꿀 수 있는 범위의 법 개정의 목표가 ILO 핵심협약 비준만을 위해서인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부 개정안대로 노조법이 통과되고 난 뒤의 우리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이고, 우리의 산업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ㆍ제도의 비교뿐 아니라 협약 비준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고, 노조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개정의 지향점과 개정으로 인해 만들어질 미래 노사관계의 모습을 노사에 제시할 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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