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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나라-‘공정경제 3법’ 아니고 ‘기업규제 3법’ 될라
기사작성: 2020-09-25 12:30:08

[테크홀릭]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되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통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야당 대표인 김종인이 이를 찬성하고 나섰으니 통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야당 안에서도 김종인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당장 재계는 이 법이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고 지나치게 옥죄는 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 회장들이 잇달아 국회를 찾는 등 법안 통과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 16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중소기업 중앙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정부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내용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방향일 뿐이다. 여당 대표를 만나도 요지부동이고 경제관련 주무장관들도 요지부동이며 청와대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통칭한 것이다. 재계가 특히 반대하는 것은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 개정안이다.

이번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법안이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 활동을 옥죄고 불편하게 하는 조항들이 가득 들어 있다.

이 중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경영진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주식의 1%를 보유한 주주도 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해 소송리스크가 커지고 자회사 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은 대기업 오너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대주주 경영활동 걸림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CEO나 대주주의 경영활동에 막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눈치를 보게 되고 소신껏 투자하기란 어려워질 뿐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133조원을 들여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체제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하면 1%의 주주만으로도 이를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소송에 휘말리면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는 시기를 놓치고 물 건너가는 셈이다.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사업 전개나 방향 전화도 방해받을 수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27차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가 ‘선제적 사업재편 활성화 대책(사업재편 2.0)’를 23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책은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세계 산업지형이 급변함에 따라 신산업 생태계 선점을 위해 국가 간, 기업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신산업 육성, 한국판 뉴딜 등 핵심정책과 연결해 업종·지역·상생형 '사업재편 테마'를 선정하고 수요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신산업에는 미래차,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친환경에너지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사업재편도 오너십이 있어야 꿈꿀 수 있는데 앞으로는 1% 주주에게 덜미를 잡힐 소지가 있다. 원로들이 걱정하는 면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무엇 하나 기업 활동을 옥죄지 않는 것이 없다. 과징금 상한 기준을 2배로 올린 것도 큰 부담이 된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이번 개정안이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근절,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정상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면 방해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불법행위만 안 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재계는 당장 헤지펀드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의 경영권 침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주주의 경영방어권 보장이 제대로 안 되면 국내 대기업들도 수두룩하게 넘어가 버릴 위험이 높다.

헤지펀드 엘리엇의 경영권 공격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덜덜 떤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해 기업들이 사면초가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넘쳐나는데 국회는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공정경제 3법 속전속결 통과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야권의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윤 의원은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쟁점조항들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일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윤 의원 이야기의 핵심은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르지 말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논거가 뒷받침되는 개정 취지를 재계와 국민들에게 설득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선 법이 표적 삼는 재벌기업보다 중견기업이 경영권 공격 등의 과도한 노출 우려에 더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입법 취지와 다른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일환으로 지분율 조건을 강화하면 갑자기 주식 시장에서 쏟아지는 지분이 가져올 효과가 무엇일지 등 심각한 우려들에 대한 반응도 없다”고 비판했다.

비판하는 의견들에 대해 설득과 조리 있는 답변이 없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이번 공정경제3법의 이름부터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공정경제가 아니라 기업규제 3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공정경제가 실현된다고 믿는 것은 순수하다 못해 답답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돈을 벌어본 적도 세금을 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계 원로들은 말한다. 부정적인 활동으로 욕먹는 기업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그래서 옥석을 가리는 입법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을 만들기 전 꼼꼼히 살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야가 함께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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