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LCC도 급한데 쌍용차마저…고민 깊어지는 산은
기사작성: 2020-04-04 21:31:50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빚고는 있는 기업들이 늘면서 정책적 자금지원을 맡은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과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이어 쌍용자동차마저 생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쌍용차가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지원 요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 지원 의지를 강조해왔다.
작년 말에는 쌍용차 노조와 면담을 하며 2300억원 직접투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서는 1월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산업은행을 방문해 이동걸 회장과 만나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히며 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고엔카 사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침체 등으로 쌍용자동차의 영업실적이 악화됐으나, 대주주로서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한 책임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마힌드라가 직접 투자계획 외에도 쌍용자동차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산업은행 측은 설명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 하에 조속히 정상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마힌드라의 쌍용차 신규투자 거부로 쌍용차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원거부 결정을 두고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1월 당시 고엔카 사장의 방한 때는 투자가 곧 결정될 것처럼 말하다가 다시 3월 말까지로 미루는 등 한국 쪽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힌드라는 23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을 당시에도 산업은행이 쌍용차 회생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힌드라는 산은이 한국GM 회생을 위해 8000억원을 지원한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산은은 GM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GM의 경우 산은이 2대 주주였지만 쌍용차엔 일부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은행일 뿐,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대출받은 금액은 1900억원 가량이다.
이중 1000억원은 지난해 시설투자 명목으로 대출이 나갔고 만기는 오는 2024년이다.
나머지 900억원은 쌍용차가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하는 금액이다.


산은은 쌍용차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만약 쌍용차에서 정상화 계획이 삐걱거린다면 관련 협력업체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지원 요청이 올 경우 이를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LCC 항공사에 이어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위기에 처한 기업 심폐소생술에 나선 산은으로선 추가적 자금 지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정부의 'LCC 항공사 금융지원' 발표 이후 31일까지 LCC 항공사 앞 금융지원은 총 1260억원에 달한다.
또 이달 중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에어부산에 최대 280억원을 지원토록 하고 티웨이항공에 대해서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자금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는 이달 1500억~2000억원을 다른 은행들과 공동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게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남아 있다.
HDC현산 측은 최근 산은 등에 아시아나항공 차입금과 관련해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지난해 수출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한도 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기업 응급실 역할을 맡게 된 산은은 난처한 입장이다.
기업들에 대한 긴급 지원은 정부 출연 없이 산은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정부가 지원을 결정하고 이로 인한 후속 책임과 비난을 떠넘기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만약 돈을 '회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지원했다가 돌려받지 못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의 붕괴를 막아내야 하는 압박감과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동시에 몰려들어 딜레마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 때문에 산은은 대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회장도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금융회사를 포함한 대기업이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경우에는 우선 내부 유보금 등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거래은행 및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자체노력과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 부족할 경우 정책금융기관이 개별 대기업의 상황에 따라 자구노력과 유동성·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헤 지원여부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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