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중독(中毒)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제 한국에서도 팬덤이 많은 인기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흥행이라는 차원에서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겠으나 어찌 보면 그만큼 그에게 충성도 높은 팬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의 매력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중독이 아닐까?

고로에다 감독만큼 가족의 해체와 결합을 통해 깊은 통찰을 잘 전달하는 감독이 있을까? 메마른 시선에서 출발하는

그의 직설적인 아이러니는 끝내는 감동으로 돌아오는 마법이 된다.

그에게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영화 괴물도 역시 그에게 중독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웰메이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조합.

제작 단계부터 최고의 감독, 최고의 작가, 최고의 영화음악가가 뭉쳤다는 사실만으로 고무됐던 작업이었다.

특히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했던 고레에다 감독이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시나리오를 지도 삼아 만들어 갈 작품은

그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마침내 세상에 나온 영화 괴물은 이름만큼 괴물 같은 명작이었다,

사카모토 유지에게 각본상을 내어준 칸영화제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그 증거다.

그의 설계는 너무나 치밀하고 영리하고 약았다.

거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이 입혀진 작품은 소름 돋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괴물은 누구인가?

제목이 보여주는 선입견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추리극을 대하듯 그 괴물을 찾기 위한 시선의 포커스를 이리저리

돌리게 된다.

점프 컷으로 오해했던 거칠어 보였던 편집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각자 등장인물들의 관점을 보여주는

플롯들의 접합점이었다.

영화 라쇼몽이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 넘었으니 더 이상 라쇼몽 기법이라고 불리는 이런 구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 괴물이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는 각자의 시선으로 벗겨져 가는 사실들 하나하나가 우리 시대에 펼쳐져 있는

여러 문제들에 관한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져 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 말미에 진짜 괴물은 다름이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보는 우리들의 편견이라는 결과에 닿는다.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바라보던 편견이 들어 간 나의 시선.....그것도 결국 괴물이었다.

영원한 이별...류이치 사카모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쓸어 담으려고 부단히 눈을 깜빡였다.

열린 결말이지만 나의 시선엔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던 두 주인공 미나토와 요리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다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ost와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크레딧의 문구가 중첩되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정말 참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소년들에게 보냈던 나의 괴물 같은 시선이 미안했고 그런 나의 힘든 마음을 감싸 안아주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눈물이 밀고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항상 나의 감정을 힘들게 했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를 떠나보내는 영화라서 더더욱 힘들었다.

그의 명복을 다시 빌어본다.

#이 리뷰는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함께 게시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