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난하게 승리했다. 1회에 4점을 뽑았고, 장민재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어제 태어난(?) 새로운 셋업맨 김진영의 완벽한 투구, 거기에 정우람은 역시 ‘정우람(?)’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양팀의 공격력이 안 살아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으나 공격력은 상대적인 것이라 이러다가도 내일 또, 모레 어떻게 터질런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오늘 경기는 무난하지 않았다. 김태균과 이용규, 최재훈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졌으며, 호잉도 2번의 타석을 끝으로 2군에서 잘 나간다던 이동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났다. 어찌보면 한화가 롯데와의 다음 시리즈를 위해 경기를 포기하고 주전들을 쉬게하며 2군들을 경기에 내보냈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이용규는 어제 경기 중 공에 맞아 종아리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고 호잉 역시 1회 주루 중 있었던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교체되었다고 했으나 그렇다해도 김태균과 최재훈 등 주전들이 대거 빠진 것은 선수단에게 큰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붙박이 주전’이 사라진 것이다. 이전부터 팬들은 김태균에 대해 끊임없는 교체요구를 해왔었다. 그러나 요즘 부진하다해도 한화의 야구에서 김태균은 뺄래야 뺄 수 없는 존재이다. ‘똑딱이’라는 오명을 쓰고도 출전했던 2018, 2019 시즌에서도 홈런과 장타생산력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여전히 컨택능력 만큼은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올 시즌 초반 컨택능력이 사라지면서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더더욱 도드라져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용덕 감독은 오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같은 결정이 단순히 한 경기일 뿐이라면 그것은 소가 뒷걸음치다 잡은 하나의 승리이겠지만, 이와 같은 라인업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선수들에겐 큰 자극과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분명 이는 반전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한용덕 감독은 '무난하지 않은' 큰 결정을 한 것이다.

끝으로 오늘의 숨겨진 수훈 선수로 하주석과 정진호를 꼽고 싶다. 오늘 1회 정진호의 안타와 뒤이어 하주석의 2루타 때 이어진 홈 러시는 기존 한화 선수들은 전혀 할 수 없었던 플레이를 보여줬다. 승리에 대한 투지와 열망. 바로, 2019시즌 호잉이 초반에 보여줬던 것들이다. 그리고 아직 공격이 물에 오르진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꾸준한 수비로 내야를 지켜주는 하주석 선수에게도 오늘 승리의 공을 돌리고 싶다. 물론, 장민재의 7이닝 1실점 완벽투는 두 말 해야 입아플 뿐이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