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운드에 올라오면 걱정이 앞서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선수들. 그런데 보란듯이 ‘에이스’ 선배들보다 잘 해냈다.
SSG 오원석(21)이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3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했다.
당초 SSG의 3차전 선발 투수는 숀 모리만도로 낙점됐으나, 그가 1차전에 급하게 구원등판하며 3차전 ‘대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올시즌 키움을 상대로 7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3패를 기록했던 오원석이다.
24.1이닝 동안 22실점 했다.
키움 상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8,14다.
당연히 1승1패 뒤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르는 21살 투수에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오원석이 올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생 역투’를 펼쳤다.
그는 생애 첫 KS 무대를 5.2이닝 1실점으로 막고 내려왔다.
오원석의 호투 덕분에 SSG는 8회초 후안 라가레스의 역전 2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SSG 김원형 감독도 칭찬 일색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 걱정을 많이했는데 (오)원석이가 너무 잘 던졌다.
0-1로 끌려갔지만,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투수들이 만들어줬다.
오늘보다 더 잘던진 경기가 있었나 싶다.
최고의 투구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원석 역시 경기 후 “기대 없다는 기사도 많이 봤는데, 깨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내 플레이 하나하나에 만원관중이 환호해주시니까 너무 재밌었다”며 활짝 웃었다.
LG 김윤식(22)은 올시즌 정규리그 후반기 들어 연일 호투를 펼치더니 플레이오프(PO) 3선발에 일찌감치 낙점됐다.
그래도 김윤식의 생애 첫 PO라 걱정 어린 시선이 존재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PO 3차전에서 5.2이닝 1실점으로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김윤식은 구위가 좋아 더 던질 수 있었지만, 허리 통증으로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LG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지만,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선을 묶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4회말 2사 1루에서 김윤식과 맞선 키움 야시엘 푸이그는 4구 체인지업에 헛스윙한 후 김윤식을 향해 “굿 체인지업(Good Chageup)”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류지현 전 LG 감독은 “김윤식이 시즌 후반에 보였던 투구를 다시 해줬다.
굉장히 중요한 3차전에서 자기 역할을 다했다”며 패배 속 빛바랜 김윤식의 호투를 칭찬했다.
KT 박영현(19)은 지난달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키움과 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8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일궈냈다.
6명의 타자만을 상대하며 경기를 끝냈다.
전날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0.1이닝 무실점으로 ‘간’을 본 박영현은 다음날 화끈하게 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만 19세 6일로 역대 최연소 포스트시즌 세이브 신기록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이 더할나위 없이 던져줬다.
더 큰 칭찬을 찾지 못하겠다.
정말 환상적인 투구를 했다.
박영현이라는 투수를 하나 얻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키움 좌완 선발투수 이승호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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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승호(23)도 빼놓을 수 없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의 손가락 부상으로 이승호가 대신해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 선발 출장했다.
올시즌 선발 등판 기록이 없는 투수, 세간은 상대 선발 SSG 숀 모리만도가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모리만도가 2.1이닝 6실점(5자책) 충격의 강판을 당한 와중에, 이승호는 4이닝 1실점 역투했다.
이날 데일리 MVP도 그의 몫이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임시 선발로 나선 이승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3이닝 50구까지 기대했으나, 4회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버텨주면서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깨어났다”며 활짝 웃었다.
이승호는 “어제 긴장이 너무 많이 됐지만 모든 선수들이 ‘할 수 있다’고, ‘잘할 수 있다’고 해준 덕분에 잘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의 깜짝 호투가 가을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했다.
또 어떤 젊은 선수가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깜짝쇼를 펼칠 지 주목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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