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산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이 정규시즌 순위가 확정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
훨씬 어려워진 기적이지만, 더욱 간절하다.
프로야구 두산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를 최종 5위로 마쳤다.
16일 열린 잠실 SSG전을 패하면서 순위가 확정됐다.
이 경기를 잡았다면 마지막까지 3위 자리를 탐낼 수 있었으나, 석패와 함께 모두 물거품이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19일 열릴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준비해야 한다.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시스템에서 3~5위는 각각 하늘과 땅 차이다.
3위는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 티켓을 얻는다.
그 상대가 되기 위해 남은 두 팀이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치른다.
여기서 4위는 1승을 안고 출발하는 것은 물론, 무승부만 거둬도 최종 승리를 얻는 엄청난 메리트를 지닌다.
5위는 1패만 해도 탈락이지만 4위는 목숨 하나를 가지는 셈이다.
모든 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건 덤이다.
두산은 그 이권을 전부 놓쳤다.
가을야구 한정 ‘최약자’로 PS에 임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2015년 10구단 체제가 구축되며 도입된 와일드카드결정전을 겪는 건 이번이 2번째지만, 첫 경험이었던 2021년은 4위 입장에서 임했다는 차이가 있다.
당시 5위 키움을 상대해 1패 후 1승으로 준PO행에 성공했다.
 | 두산 홈 팬들이 선수단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
이번엔 불리한 5위가 그들의 자리다.
‘패배는 곧 탈락’이라는 압박감이 짓누른다.
앞선 8번의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업셋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5위가 1차전을 잡아 최종 2차전까지 승부를 연장한 사례도 2번(2016 KIA, 2021 키움)에 그친다.
물론 모두 최종 탈락을 맛봤다.
두산이 전례가 없는 기적에 도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을만 되면 숱한 명승부를 연출하며 ‘미라클 두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곰 군단이지만, 이번 미션은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앞선 2021년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두산은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키움의 반란을 제압한 후, 파죽지세로 가을을 등반했다.
준PO에서 LG를 2승1패, PO에서 삼성을 2승무패로 꺾고 KBO리그 최초 7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금자탑을 쌓았다.
아무도 상상 못 한 기적었다.
 | 2023시즌 최종 순위가 확정된 후, 두산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이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
그 기적이 또 한 번 필요해졌다.
이승엽 감독도 “두산 하면 미라클 아니겠나. 선수들도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압박감 있는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본인들의 플레이를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희망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원투펀치인 브랜든 와델과 곽빈을 이에 맞춰 준비시켰다.
상대는 최종전까지 이어진 순위싸움에 에이스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황. 두산은 이 실낱 희망을 살려 와일드카드결정전 최초 업셋을 꿈꾼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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