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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귀하신 몸’ 포수 보호령…2㎏ 남짓 장비 차고 한 경기 뛰면 5~6㎏ 홀쭉 그래도 뛰어야만[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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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8-01 11:48
조회수 265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일어나면 눈앞이 핑 돌아요.”

‘역대급’ 폭염이다.
밤낮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한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훈련하는 야구 선수들도 더위와 사투 중이다.
이 시간대 훈련하는 선수들은 그나마 홈팀이어서 실내훈련장이나 라커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원정팀이라고 시원할 때 훈련하는 건 아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하면 그라운드는 햇빛을 피할 공간이 없다.
원정팀 훈련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KBO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불볕더위 속 훈련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여름철은 습도까지 높아 경기 중에도 숨이 턱턱 막힌다.
폭염 속에도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는 팬들도 틈날 때마다 부채질하거나 음료를 마신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비오듯하는데도 안타나 홈런, 삼진 하나에 환호하고 큰 박수를 보낸다.
야구장이 만들어내는 열기는 그래서 위대하다.

폭염 속 가장 힘든 포지션은 단연 포수다.
헬멧과 마스크, 가슴과 다리 보호대 등 2㎏이 넘는 장비를 입고 100번 이상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공격 때는 타격과 주루플레이까지 해야 하므로 체력소모는 두 배다.
한여름에는 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4~5㎏이 빠진다는 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구장을 찾아주시는 팬들께 보답하려면 더위도 이겨내야 한다.
팀 성적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해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올해는 정말 덥다.
앉았다 일어나면 눈앞이 핑 돌면서 어지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포수는 단순히 볼만 받는 게 아니다.
투구가 바운드 되면 블로킹하느라 몸을 던져야 하고,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몸으로 막아야 한다.
최근에는 크게 헛스윙한 타자 방망이에 맞아 부상하는 포수도 있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
포수 기근인데다 1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는 손에 꼽힌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포수라면 책임감 하나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두 차례 투구를 몸에 맞은 LG 허도환은 “종아리에 투구를 맞았으면 은퇴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씩씩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각 팀은 포수 체력안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75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는 LG 박동원(83경기) 두산 양의지 KT 강성우(이상 82경기) SSG 김민식 삼성 강민호(이상 78경기) 키움 이지영(77경기) 한화 최재훈(75경기) 등이다.
10명이 안된다는 것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폭염에 치열한 순위다툼까지 이어지는 탓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중위권팀에게 포수는 ‘귀하신 몸’일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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