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WBC나 야구월드컵, 프리미어12 이런 대회에 대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잡고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오해를 하거나, 부적절한 비난을 하기도 하는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를 해드릴까 합니다.
1. 일반적인 국제 스포츠 기구는 IOC를 중심으로 해당 경기단체가 수직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축구를 예로 들면
IOC - FIFA - AFC (아시아축구연맹) - KFA ( 대한축구협회) - K리그 (프로축구연맹) - FC서울
이렇게 수직적인 구조가 존재합니다.
K리그의 FC서울은 좋든 싫든 FIFA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올림픽에서 K리그 선수가 징계를 받으면, 이것이 K리그까지 효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프로연맹 또한 축협과 상하관계에 놓인 조직이기 때문에, 시즌 중에 축협이 국가대표를 차출할 때 K리그 개별팀 사정을 안봐주고 막 뽑아가도 연맹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죠.
이런 구조는 한국 뿐만이 아니라 FIFA에 소속된 모든 국가와 축구리그가 마찬가지입니다.
2. 반면 야구는 태생적으로 IOC 중심의 국제스포츠와는 별개로 프로화가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에 MLB를 비롯한 각국 리그는 IBAF(국제야구연맹)와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 관계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IBAF보다도 MLB가 먼저 생겼을 정도니까요.
IOC - IBAF(국제야구연맹) - BFA(아시아야구연맹) - KBA(대한야구협회)
이런 수직적 구도는 아마츄어에서는 통합니다. 하지만 KBA는 KBO와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에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죠.
오히려 KBO가 KBA에 자금을 지원하며 상전 노릇 하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IOC든 IOC에 가맹된 IBAF든 MLB에 아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3. IOC는 올림픽 축구처럼 MLB 선수를 일부라도 포함을 시켜서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고, 흥행시키길 원합니다. 하지만 MLB는 그걸 거부하고 있죠.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 것은 일부 축구팬들 주장처럼 야구가 비인기종목이라서가 아니라, MLB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거부해서입니다.
미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엄청나게 호황을 누리는데, 쓸데없이 시장을 분산시켜 나눠먹기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 바람에 IBAF와 올림픽 야구에 참여의지가 강한 아시아 국가들이 피해를 봐야 했죠.
4. 그런데 MLB는 어느 시점에서 성장이 둔화됩니다. 미국 내부적으로 전통적인 야구 소비인구 비율이 줄고, 축구나 농구 등에 익숙한 이민자 비율이 늘어납니다. MLB로서는 성장을 이어나가는 걸 떠나서 이대로 가다간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위기를 느낍니다.
결국 이들도 신규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야구의 국제화가 필요하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중국, 유럽, 호주같은 유망한 시장에 보급시키려고 각국에 선수와 코치들을 보내고, MLB 경기를 해외에서 치룬다거나 합니다.
그런 아이디어의 핵심이 되는 것이 WBC 이죠.
WBC는 MLB가 야구의 국제화를 굳이 IOC의 올림픽을 통해서 하지 않고, MLB가 주도해서 MLB의 방식으로 지네가 다 해먹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경기 진행방식이나 수익 배분, 대회 규정을 정하는 것까지 모두 MLB 사무국이 주도하고, MLB가 다 해먹는 구조입니다.
5. KBO와 NPB, CPBL(대만프로야구리그) 등의 아시아 리그는 전통적으로 국가대항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가대항전 자체가 큰 흥행요소이고, 내셔널리즘을 자극해서 자국 리그의 흥행에도 도움을 줍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아시아 속의 작은 MLB로서 아시아 각국에 중계권을 수출하고, 상위리그로 군림하려는 의욕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때문에 MLB 위주의 WBC이긴 하지만, 제코가 석자인만큼 어떻게든 거기 껴들어서 성과를 내야만 했죠.
6. 그렇게 WBC 1,2회 대회를 치루고 보니 정작 미국팀은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실질적 매출은 한국, 일본으로 반 이상을 거둡니다.
하지만 우승, 준우승팀에게 돌아간 수익배당은 얼마 되지 않았고, MLB가 반 이상을 가져가버렸죠.
여기서 KBO와 NPB에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이럴 거면 MLB 빼고 우리끼리 한일전 해도 되겠네...
7. 프리미어 12는 일본을 중심으로 WBSC가 MLB의 간섭없이 치루는 대회입니다.
MLB는 당연히 협조를 거부하죠.
(참고로 IBAF는 올림픽 재진입을 목적으로 국제 소프트볼 연맹과 합쳐서 WBSC로 개칭합니다. 야구월드컵, 대륙간컵 대회 자체를 폐지하고 프리미어 12를 신설하고 WBC에 세계선수권대회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 나름 이것저것 사건이 많았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우리끼리 한일전 치루려고 나머지 들러리 세우는 대회라고 봐도 됩니다. (들러리 치곤 거창한 쿠바같은 나라도 있지만;;)
괜히 개막전을 한일전으로 잡고, 박찬호가 시구 던지고 한 게 아닙니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의 협조 없이는 대회 자체가 성립이 안되니까요.
그러니 MLB 선수가 안왔으니 대회의 격이 어쩌고, 이런 얘길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KBO 입장에선 프리미어 12에 나름 이해관계가 걸려있습니다.
여기서 성적을 내고 흥행에 기여할 수록 WBSC 내에서 우리 지분은 높아질 것이고,
KBO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경기력 면에서도 이 대회를 통해서 오타니 같은 투수를 직접 겪어보면서 받는 자극만 해도 엄청나죠.
비록 MLB만큼 큰 시장은 아니지만 결코 적지않은 아시아 시장에서 중남미 선수를 수급하고, 우리 선수를 내다팔 쇼케이스로 활용할 수도 있구요.
WBC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한 판이니 잘 활용을 해야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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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