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첫 인상부터 좋았다.
이천 캠프에서 첫 번째 불펜피칭을 마친 후 코칭스태프, 데이터 분석팀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불펜피칭에서 분석된 자신의 투구 데이터를 유심히 바라보며 보완점을 논의했다.
한국무대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첫 날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LG 외국인투수 아담 플럿코(31) 얘기다.
결코 만만치 않은 KBO리그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꾸준히 발전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생존하고 재계약에도 성공한다.
올시즌이 유독 그렇다.
정규시즌의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선수 5명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짐을 싸고 떠났다.
엔트리에서 제외된 외인도 6명에 달한다.
전체 외인 3분의 1 얼굴이 바뀔 수 있다.
플럿코 또한 순탄치 않았다.
시범경기 기간과 개막전에서 절정의 커맨드를 뽐냈으나 위기와 마주했다.
타자와 세 번째 승부에 애를 먹으며 5, 6회에 고비를 맞았다.
구위보다는 로케이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인데 로케이션이 흔들려 장타를 맞는 빈도가 높았다.
변화구 비율을 높였는데 이 또한 해답은 아니었다.
외인투수 중 가장 많은 피홈런 8개를 기록했다.
반등을 바라보며 변화를 모색했다.
플럿코는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이전과 다른 투구 패턴을 펼쳤다.
경기 초반 2스트라이크 후 커브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게 아닌 스트라이크존 끝에 걸치는 속구를 던졌다.
삼성 리드오프 김지찬은 플럿코의 달라진 볼배합에 당황하며 1회 삼구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는 커리어 최고 경기 시작점이 됐다.
플럿코는 프로 입단 후 가장 많은 탈삼진 14개를 기록했다.
8.1이닝 2안타 4사구 0개 무실점으로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2014년부터 마이너리그와 MLB에서 8년을 뛴 플럿코는 마이너리그에서 두 차례 13탈삼진 경기를 했다.
MLB 한 경기 탈삼진 최다는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2019년 8월 27일 디트로이트전 9개다.
당해 플럿코는 셰인 비버, 트레버 바우어 등과 함께 막강 선발진의 일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MLB에서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는 플럿코지만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14일 삼성전에서 호흡을 맞춘 유강남, 데이터분석팀과 부지런히 연구했고 구위와 커맨드가 동반 상승했다.
커리어 내내 큰 부상없이 꾸준히 마운드에 오른 점을 고려하면 케이시 켈리와 수준급 원투펀치를 구상할 가능성이 충분히다.
이미 플럿코와 켈리는 24경기·143이닝 13승을 합작했다.
시즌 종료까지 둘이 합쳐 60경기에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320이닝에서 330이닝, 30승을 달성할 수 있다.
LG는 늘 평균 이상의 외인투수를 영입해왔다.
그러나 외인 원투펀치가 나란히 시즌을 완주하며 동반 활약을 펼치는 시즌이 많지는 않았다.
2019년 켈리와 타일러 윌슨이 59경기 365.1이닝 28승을 합작한 후 켈리의 파트너는 부상으로 몇 차례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2020년 윌슨이 25경기 144.2이닝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앤드류 수아레즈가 22경기 115.1이닝에 그쳤다.
매년 28경기 170이닝 이상을 소화한 켈리가 든든히 로테이션을 이끌었는데 지난 2년 동안 켈리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외인 원투펀치가 곧 투수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양질의 불펜진을 갖췄으나 선발진 연령대가 낮다.
지난주 이민호(21), 김윤식(22), 임준형(22)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며 리그 최연소 토종 선발진을 구성했다.
외인 원투펀치가 든든히 중심을 잡아줄 떄 신예 선발투수들도 부담을 덜고 마운드에 오른다.
외인 난조 속에서 플럿코의 도약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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