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보고

고영재 감독이 연출한 <아치의노래, 정태춘>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정태춘의 데뷔 이후 그의 노래와 그의 생각을 담고 있는 음악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작곡을 했던 정태춘은 26살에 그 유명한 <시인의 마을>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 노래는 지금 개봉 중인 <소설가 구보의 하루> 마지막 술집장면에서 기타 치며 부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78년 당시 <시인의 마을>과 더불어 <촛불>이 메가 히트를 하며 그 해 신인상과 작사가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2,3집의 실패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가온 93년. 정태춘은 사전심의제를 반대하며 자신이 만든 음반을 불법으로 판매 및 방송에서 부릅니다. 사전심의제가 창작자의 생각을 제한한다는 것으로 여기며 이런 계획적인 운동을 벌였는데 그는 이를 통해 몇 해 동안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법원은 정태춘의 손을 들어주고 요즘 세대는 상상도 못 할 사전 심의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정태춘은 이후에도 사회운동가다운 면목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고향, 평택에서의 운동과 더불어 적극적인 사회운동을 이어나갑니다. 그가 만든 한국대중음악 100대 음반이기도 한 <92년 장마, 종로에서>에서의 가사는 이런 정태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가사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한 편의 시이기도 합니다.

그의 아내이자 가수인 박은옥도 78년부터 그와 함께 음악작업을 함께 해오며 그를 모든 면에서 지지합니다. 그리고 그녀도 <윙윙윙>등의 솔로 히트곡을 생산해내고 정태춘과 함께 한 <사랑하는 이에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의 듀엣곡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존의 다른 음악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곡 전체를 들려주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정태춘의 다양한 음악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인의 마을><92년 장마, 종로에서><사랑하는 이에게>와 같은 메가 히트곡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아예 새로운 음악세계를 접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곡에서는 마치 장기하가 읊조리는 내레이션 혹은 랩 같은 싱잉도 보여줍니다.

상영 이후 두 사람의 공연이 이어졌는데요. 곡도 좋지만 두 분의 말씀이 차분하면서도 재미나게 진행을 하셔서 무거운 곡의 분위기를 중화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라이브도 거의 음원을 듣는 것처럼 엄청나시더라고요. 두 분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더불어 자신의 이상향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세상에 알리는 좋은 가사의 작품들을 좀 더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