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이 연출한 <페이퍼 문>은 고아가 한 소녀와 사기꾼 세일즈맨인 한 남자가 함께 하는 로드 무비입니다.

9살 소녀 애디(테이텀 오닐) 엄마의 장례식 나타난 성경 세일즈맨 모즈(라이언 오닐)은 자신이 미주리로 떠나면서 가는 길에 애디의 이모 집에 그녀를 데려가 달라는 엄마의 친구 부탁을 들어줍니다. 하지만 사실 모즈는 애디 엄마의 사망소식을 신문 부고 란을 통해 미리 알고 이 장례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참석한 이유는 엄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건 가해자를 만나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었죠. 결국 200달러를 받아내고 애디는 기차를 태워 미주리로 보내려고 했지만 맹랑한 애디는 그 200달러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돌려주지 않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차 수리 때문에 많은 돈을 쓴 모즈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애디와 함께 성경 세일즈를 시작하게 됩니다.

역시나 애디에게 접근한 방식으로 부고 란을 통해 사망자의 집을 방문해 미망인에게 사망자가 남긴 성경이라는 거짓말로 책을 파는 방식입니다. 판매의 위기가 올 때 의외로 애디가 도움을 주면서 모즈는 위기를 넘기게 심지어 혼자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기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는 금주법시대인 1936년이었습니다. 모즈와 애디는 술 창고를 발견하게 되고 술을 몰래 빼내어 창고 주인에게 되 팔려는 시도를 하고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밀주업자의 친형이 경찰이라 이 사실을 눈치 채고 이들을 추격합니다.

금주법 시대이자 루즈벨트 대통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애디는 자주 루스벨트 대통령을 언급하는데 모즈는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항상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사회적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티격태격하는 어른과 소녀의 만남으로 구성된 로드무비입니다.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다가 이 둘 관계를 방해하는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 똑똑한 애디는 둘을 갈라놓고 그 자리를 스스로가 다시 차지합니다. 이런 집착이 오는 이유는 더 이상의 혈연관계도 없고 특히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빠의 대체자로 모즈를 생각하며 턱이 닮아 친아빠라는 얘기도 서슴없이 합니다. 9살 소녀가 부모 없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모와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라서 더욱 더 이런 집착을 보인 것 같습니다.

수 년 전에 윌스미스 부자가 함께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기억나는데 <페이퍼 문>은 부녀가 함께 한 작품입니다. 연기가 처음 이었던 테이텀 오닐은 보이시한 매력을 보임과 동시에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친딸과 함께 하는 라이언 오닐은 극 속에서 자신을 아빠라고 생각하는 친딸을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설정이 흥미롭게 생각하고 연기를 한 듯 보였습니다.

<페이퍼 문>은 당대 시대를 잘 이용해 만든 사건들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그 속에서 유사 부녀 관계를 통한 가족의 개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작품이고요. 그야말로 범죄자인 이 두 사람이자만 착하디착한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이 유사 부녀가 끝까지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생기더라고요. 왜냐면 더 나쁜 놈들이 세상엔 널려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