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연출한 <어떤 영웅>은 영웅으로 존경 받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로 전락하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채무 때문에 수감 중인 라힘(아미르 자디디)은 만나고 있는 연인이 금화가 든 가방을 줍게 됩니다. 연인은 그 돈으로 빚을 갚으라고 귀휴를 나온 라힘에게 말합니다. 함께 금은방을 방문해 금값을 확인하지만 빚을 갚기엔 턱없는 돈이지만 일단 채권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는 다름 아닌 전 아내의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 번에 빚을 다 갚지 못하거나 일부를 갚더라도 직장을 바로 구하지 못하면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힘의 귀휴는 단 이틀입니다. 라힘은 결국 포기하고 연인이 주었던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은행으로 가서 금화가 든 가방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주인이 나타나면 연락을 해달라고 합니다. 은행의 조언으로 벽보를 붙이고 라힘을 교도소 연락처를 남겨두고 복귀를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에게 연락이 오고 라힘은 가방을 갖고 있는 친누나의 집을 알려줍니다. 가방은 안전히 주인에게 돌아가고 교도관은 이 사실을 이용해 라힘을 언론사의 인터뷰 시키면서 자신들의 교도소를 좋은 이미지로 만듭니다. 라힘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이 가방을 주은 것이라고 교도관에게 알리지만 그것은 숨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언론을 타면서 라힘은 '영웅'이 되고 또 다시 특별 귀휴를 얻게 됩니다. 귀휴 기간 동안 라힘의 사회 복귀를 위한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빚엔 조금 모자라지만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기관을 통해 직장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하지만 장인은 그가 '영웅' 대접 받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려 하지만 모든 분위기가 라힘을 향해 있습니다.

이란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의 신작은 여전히 자기 색깔이 뚜렷합니다. 묘한 아이러니를 통한 그 사회의 모습을 마치 현미경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이번에도 날카롭습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 한 작품에선 이러한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자신의 고향인 이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선 자신만의 색깔이 다시 드러납니다. 촌철살인과도 같은 그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처럼 이 작품에서도 완벽하지 않은 한 인물이 작은 거짓으로 인해 어떤 큰 사회 현상이 만들어지는지 감독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살 길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희생시키기도 하는데 자신의 아들을 이용해 어른들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 되었음을 통렬히 느낍니다. 괴물이 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일종의 희망을 영화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선택은 인간으로서 어찌 보면 숭고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메가박스 퇴장로엔 아쉬가르 파라디의 명언이자 좋은 영화에 대한 한 마디가 쓰여 있습니다.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 명언처럼 <어떤 영웅>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