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민 감독이 연출한 <사랑의 고고학>은 고고학을 연구하는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멜로드라마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유물을 찾는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 영실(옥자연)은 헤어진 남자친구와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영실과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고요. 영실은 그에게 나가 달라고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날, 영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한 남자가 영실에게 접근하면서 말을 건네고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는 이 곳 옥천에서 작은 공연 그러니까 자신의 음악을 트는 전시회 겸 공연 때문에 이곳에 내려온 것입니다. 이 남자 인식(기윤)처음 본 영실을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짧은 시간에 영실과 인식은 여러 번 만나게 되고 딱 8시간 만에 사랑에 빠집니다. 영실은 러시아의 유학 계획도 미룬 채 인식과의 만남을 지속해갑니다. 서울로 올라와 함께 하는 둘이지만 만나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인식의 집착이 심해지고 심지어 영실의 과거에 대해서도 따지고 듭니다. 비교적 온순한 성격의 영실은 오히려 자신을 탓하며 인식의 화를 받아들이지만 이런 일들이 축적되자 영실도 폭발하고 맙니다.

홍상수 감독의 조연출 출신인 이완민 감독이 만든 <사랑의 고고학>은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공부하는 고고학과 '사랑'이라는 개념을 등치시키면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불편한 동행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식의 대사처럼 연애에서 좋은 것은 딱 2~3년이라는 말이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다아 있고 이 둘은 전혀 실행되지 않을 약속을 합니다. 어떠한 상황이라는 우리는 영원하자라고요.

둘은 헤어짐 이후에도 호칭을 오빠에서 형으로 영실이 바뀐 거 이외엔 모두 연인 사이의 모양으로 지냅니다. 매일 전화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지가 남았다고 영실은 생각하지만 영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인식이 어장관리를 한다고 하죠.

일면 인식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로 표현됩니다. 사실 그렇기도 하고요.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면서 괴롭히는 그의 이상한 행동은 관객들에게 짜증을 비롯한 피로감도 함께 줍니다. 하지만 이를 대처하는 영실의 태도 또한 후반부에 폭발 직전까진 답답하긴 합니다.

두 인물을 통해 30대의 흔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굉장히 긴 16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 시간 안에 둘의 모든 상황을 보여주진 않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고 뒤틀리는 영화는 두 인물을 통해 관찰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칭해지는 영실의 모습은 마지막에 또 다른 사랑이 다가와도 자유롭지 않은 상태가 되는 모습에 타인의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