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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있었기에-최순우를 그리면서 (정양모 외,혜곡 최순우기념관)
"달항아리의 무심스러운 아름다움과 어리숭하게 생긴 둥근 맛"
"백자의 때때로 목화송이같이 따스하고 때로는 백옥같이 갓맑은 살결의 감촉"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한국의 미를 알게 해준
혜곡 최순우(전 국립박물관장 1916-1984)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양모선생외 30여분의 추모글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혜곡선생은 한국미술을 학문으로 보기 전에 당대 최고의 감식안으로서 '멋'을 관찰해 탁월한 문장력과 표현력으로
제시헀습니다.그가 있어서 우리는 한국미술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수 있었지요.
이 책에 실린 혜곡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한국미술사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흔히 추모문집류의 책들이 갖고 있는
'객관성의 결여'라는 태생적 한계를 느낄 틈이 없습니다.
혜곡은 도자기,회화,조각,공예,건축등 한국미술의 모든 분야에 해박했으며 수많은 후배들과 제자들을
이끌고 후원하며 우리 문화예술계를 풍성하게 꾸렸습니다.
건축가 김수근과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1963년 수화 김환기가 주최하는 예술인들의 꽂꽂이 작품 전시회에 김수근은 고목뿌리를 들고 갔다가
달항아리에 꽃가지 하나를 수평으로 눕혀 놓은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 간결하고 소박하지만 고차원의 안목을 지닌 작품 앞에서 부끄러운 맘에 고목뿌리를 되들고 가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그 작품의 주인공이 혜곡이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김수근은 한국의 맛과 멋을 아는 건축가로 다시 태어났다고 고백합니다.
그후로 주말마다 혜곡과 함께 전국을 답사하며 한국의 미를 배움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아는 '건축가 김수근'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이 책은 이처럼 혜곡으로 말미암아 한국미술의 안목을 트게 된 제자들과 후배들의 따뜻한 일화들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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