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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혁명사강의 (박노자 지음.나무연필)
러시아혁명사라니...괜히 민망해집니다.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테마이죠.
1990년대 구 소련의 몰락과 함께 무너진 신화,좌절된 욕망을 상징하며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누군가 얘기할라치면 "아직도..."라며 핀잔을 받았지요.
80년대 사회변혁운동 진영에서 이념적 근간이 되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그렇게 퇴장하고 운동가들은
시민단체나 대안활동의 영역에서 힘들게 참호를 팠습니다.
뜬금없이 이 책을 읽게 된건 우선 저자가 박노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책을 대부분 읽었는데,더 팔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에게 지쳤을 무렵
'러시아 혁명사'를 들고 왔습니다.
박노자는 러시아에서 소련 붕괴 전과 붕괴 후를 살아 낸 사람입니다.
그의 본명 '블라디미르'는 레닌의 본명이기도 합니다.열혈 공산주의자였던 조부가 지어준 것이죠.
레닌그라드에서 자랐고 레닌그라드대학교(현 상트페테르부르트대학) 조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모스크바대학에서 한국 고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에 귀화한뒤 역사연구자로 활동했습니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다면 기실 러시아혁명은 피해 갈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우리의 분단도 그렇고 중국과 동구권의 공산화,제3세계의 사회운동,2차대전후 동서냉전시대에 러시아혁명이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러시아혁명을 정리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된 기억이 있는데,독특한 인생여정을 겪은 박노자라면
혁명의 이면은 물론 우리의 역사가 결합되고 영향받은 부분들에 대한 해답을 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소비에트를 이끌었던 레닌,트로츠키,스탈린을 중심으로 혁명의 전후맥락을 살피고
유럽의 좌파 정당들과 혁명이 아시아에 끼친 영향등을 기술했습니다.
드물게 성공한 혁명이었지만 1924년 레닌 사후 관료층이 급격히 보수화되고 주요인사들은 국가라는 기구에 포획됩니다.
권력투쟁은 일상이 되고 혁명의 이상은 사라집니다. 스탈린체제는 변질된 혁명의 속살까지 보여줍니다.
박노자는 80년대 우리 운동권이 레닌과 소련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약간 도식적인 느낌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큰 싸움에는 상대와 맞설 논리도 무기처럼 필요합니다.
그 와중에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방편적' 기능을 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불교의 극락세계가 중생을 회유하는 방편인 것처럼.
박노자는 여전히 '급진적'입니다.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는 아시아에 다시 한번 공산주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앞부분은 따분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좀 쉽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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