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코인 상장을 대가로 수십억원 뒷돈을 주고받은 가상자산거래소 임직원과 브로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26일 배임수증재·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내 3대 코인거래소 코인원 전 상장 담당 이사 전 모씨에게 징역 4년을, 전 상장팀장 김 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어 전씨에게 19억4000만원, 김씨에게 8억100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김 판사는 이들에게 현금과 코인을 전달하며 상장을 청탁한 브로커 황 모씨와 고 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코인 상장 청탁을 빌미로 주고받은 대가 합계가 27억5000만원에 달하는 등 범행의 규모, 기간, 조직적 수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시세조종·코인 발행 재단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통정·자전거래를 통해  시세조종 행위가 이뤄질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불특정 다수의 거래소 회원에게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코인 시장 전반의 신뢰를 손상했다"며 "상장 업무 담당 직원은 단순한 사기업 직원 이상의 고도의 준법성과 청렴성이 요구돼 배임수증재는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임수증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여하는 범죄를 말한다. 

전씨는 특정 코인을 상장해 주는 대가로 2020년부터 2년 8개월간 1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년 5개월 동안 8억1000만원 상당의 코인과 현금을 브로커로부터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는 올해 1월부터 사건을 수사해 3월부터 순차적으로 피의자들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지난 4월 수사 발표에서 검찰은 "브로커들은 거래소 직원에게 상장 대가로 건당 1000만~2000만원을 비트코인 같은 코인이나 현금으로 건넸다"며 "상장 예정된 코인을 MM(Market Making 시세조작)한 뒤 가격이 오르면 이를 직원과 나누는 방식도 사용됐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가상자산은 이미 제도권으로 편입됐고 연간 거래량이 10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업무는 공공의 영역에 준하여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