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드는 장면을 보고 저를 포함해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느낀 메시지가 뭔가요?
보통 이 일화를 읽고 "납치범에게 납치당했을 때 납치범의 눈을 나무 막대기나 연필로 찔러서 장님을 만든 후 탈출해라"라는 메시지를 얻으면 그 사람은 미친놈 취급받잖아요?
"죽음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변 상황을 잘 관찰하고 기지를 발휘하고 머리를 쓰면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부정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그러니까 평소에 관찰력을 기르고 머리를 쓰는 습관을 길러라"라는 게 대부분의 아이들이 얻는 교훈이죠.
마찬가지로 이퀼리브리엄이나 매트릭스를 보고 나서도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 노예로 만드는 독재 시스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독재나 압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라, 뭐 이런 교훈을 얻지,
총기난사로 부패 정치인들이나 견찰을 전부 죽여라, 뭐 이런 교훈을 얻진 않잖아요?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일본 전국시대 영걸들의 전국통일 일대기를 바탕으로 그걸 기업 운영에 비유한 역사소설이나 경영서적 같은 걸 읽을 때,
오다 노부나가가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오케하자마에서 죽인 것처럼 삼성회장이 엘지회장을 참수한다든가, 무슨 삼성과 엘지가 조총들고 아시가루들 내세워서 싸운다든가 그런 의미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잖아요?
오케하자마나 세키가하라, 텐노 산 등은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시장, 아시가루들은 사원, 장군이나 책사들은 기업 간부, 조총 같은 신무기는 기업의 신기술이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시스템, 아자이 가문과의 외교는 기업과 기업 간의 협업, 콜라보 뭐 그런 식으로 비유적으로 받아들이죠.
애초에 폭력을 사용해서 적과 싸우거나 아니면 뜻을 세우는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문학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사이코라고 취급받죠. 그리고 폭력을 사용한다고 그런 작품들을 함부로 유해물이라 부르지도 않구요.
심지어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손꼽히는 성경까지도 문자 그대로 읽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왜 <파이널 판타지 10>은, 에본 교단이 기계와 공학 기술을 사탄취급하며 원죄의식을 주입해서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고 자신들의 권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현실의 종교조직의 위선과 모순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런 종교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자신만의 신념과 기준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의 태도 등의 주제를, 부패한 종교의 군대에 맞서 칼이나 일본도, 마법 등으로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일대기로 그렸는데
전자는 전부 다 어디 가고, 그냥 "칼이나 일본도나 마법으로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내용밖에 끄집어내지 못하는 걸까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서로를 죽이고, 잡아먹기까지 해야 하는 인간성과 법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끝까지 효도나 부성애와 같은 휴머니즘적 가치를 지켜 나감으로써 조엘과 엘리가 살아남는 과정을 통해서, 그러니까 끊임없이 인간성이나 윤리의식이나 휴머니즘 같은 게 위협받는 세상의 시련을 통과하고, 생존에 영혼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팔아넘긴 괴물이 아닌, 인간성을 끝까지 유지함으로써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큰 감명을 주는데
정작 언론에서 이런 작품을 다룰 때는 엘리가 데이빗의 부하들을 단도로 찌르는 장면, 조엘이 클리커의 머리를 부수는 장면 등의 잔인성에 대해서'밖에' 안 나오더군요. 저 클리커라는 존재와 데이빗이 대체 주인공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장치인가 등에 대한 얘기는 일체 없이.
왜 오디세이아나 매트릭스, 이퀼리브리엄을 납치범 봉사 만들고 총기난사로 사람들 벌집만드는 저질 폭력물이라고, 삼국지연의에서 여포가 동탁의 목을 따거나, 관우나 장비가 적장이나 적병들의 목을 낭중취물하듯 따거나, 아님 제갈량이 조조의 군대를 전부 상어밥으로 만드는 장면을 보고 그냥 전쟁미화물로만 치부하면, 그 폭력씬을 이용해 전달하는 작품의 주제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다고, 문학이나 영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완전히 결여되어 있는 수박 겉핥기식의 일차원적인 어리석은 평론이라고, 영화나 문학에 대한 기본 소양부터가 아예 없는 멍청이라고 비판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작 파이널 판타지나 라스트 오브 어스, 니어 오토마타, 메탈기어 솔리드, 그리고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에선 일단 닥치고 그 수박 겉핥기식의, 플롯이나 분위기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거의 결여되어 있는 일차원적인 어리석은 평론을 그대로 투영하고도 문제를 하나도 못 느끼는 걸까요?
그러니까, 일단 게임은 해석의 대상으로서 고려조차 못되는 걸까요?
마치 오디세이아에서 납치범의 눈을 연필이나 나무작대기로 찔러서 탈출하는 내용, 이퀼리브리엄, 매트릭스에서 총기난사밖에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게임이 더 잔인하고 더 폭력적인 작품일수록 폭력을 경시하고 잔인한 걸 미화한다는 소리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게,
제가 지난 1~2년 간 나온, 똑같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룬 일본 게임 세 작품을 압니다.
12세 이용가 등급인 무쌍오로치 3,
15세 이용가 등급인 전장의 발큐리아 4,
그리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인 니어 오토마타거든요.
당연히 등급이 높아질수록 폭력 연출의 사실성이나 잔인성도 더 높아지구요.
그런데 정작 저 셋 중에,
자신과 사실 본질적으로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타자에 대한 폭력, 차별, 멸시, 비하,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쟁 등을 원래부터 그래 왔던 당연한 숙명이었던 것마냥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포장하는 이데올로기, 프로파간다 등에 대한 허구성을 고발하고,
정의, 인권 등과 같은 무슨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는 세계관, 제발 자신들을 죽이지 말아달라면서 도망다니는 NPC병사, 그리고 저번에 사살한 강한 적장에 대한 원수를 갚겠다며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적장 캐릭터,
(실제로 적 로봇 병사들의 저런 인간적인 대사들과 묘사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불편하고 껄끄럽다는 소감도 PS4와 친구들 카페에서 여럿 봤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단체로 목에 칼 꽂고 자살한 어린이 로봇들, 사실상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한 채 전부 죽고 만 주인공들, 그리고 이들을 보며 전쟁 그 자체를 위한 전쟁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고, 전쟁을 위해 제조된 로봇들이 전쟁이 아닌, 정말 스스로가 원하는 주체적인 다른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포드 등을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전쟁과 그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의 무의미함, 뭐 이런 주제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셋 중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인 니어 오토마타란 점이죠.
파스칼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전쟁을 그만둔 이유는 동료들이 계속 죽어나가서가 아닙니다. 동료들의 죽음에 점점 무덤덤해지는 제 자신이 가장 두려워서였습니다."
기존 콜옵 시리즈보다 훨씬 잔인하면서도 오히려 역대 시리즈 중 전쟁의 비인간성과 참상, 반전주의라는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는 대체 무엇이구요.
이 질문에 대한 납득할만한 답변을 못 얻어서 그렇습니다. 적어도 저 답변자가 게임에서의 폭력이 사용되는 맥락이나 스토리 같은 거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고, 그냥 전부 다 gta에서의 민간인 대상 범죄행위와 똑같은 것으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쌍권총 들고 사람 죽였다는 이유로 김상옥 의사님의 의거와 조승희의 살인을 똑같이 취급하는 거나, 아니면 토미노 요시유키의 기동전사 건담이 건담 로보트들의 디자인이 플라모델로 나올 정도로 멋있다, 빔 사벨이나 레이저 총같은 무기로 싸운다는 이유 하나로 전쟁미화물이라고 하는 거랑 대체 뭐가 다르죠?
적어도 전 영국 텔레비전 영화예술 아카데미 BAFTA나 미국 작가조합이, 단순무식한 칼싸움이나 총싸움, 유혈사태, 자극적인 폭력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고 공허하기만 한, 이유 없는 유희목적의 폭력으로만 단순히 떡칠된 작품에게 액션이나 전투도 아닌 시나리오나 배우의 연기, 사운드트랙, 심지어 예술적 성취도 등으로 상을 줬다든가, 아님 <오락을 넘어선 게임>이라는 영예까지 수여했다고는 납득하기 어렵거든요.
참고로 이런 작품입니다. 여가부나 교과부에서 그렇게도 학을 뗴고 싫어하는 "괴물을 칼로 칠 떄마다 피가 튀는 기괴하고 무섭과 폭력적인"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액션 게임이지만 조현병에 대한 현실적이고 진지한 접근을 통하여 음향 성취, 예술적 성취, 오락를 넘어섬, 연기 부문에서 상을 탔거든요.
그냥 게임이 폭력적이다 수준을 넘어서, 게임에서 과거의 역사 속 시대가 어떻게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는가, 폭력을 쓸 순 있되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스토리가 어떤 인간들의 모습을 다루었나 등에 대해
웹툰이나 드라마와 같은 다른 대중예술 갈래에 대해 평가하듯이 꼼꼼하게 리뷰한 수준의 안목을 보지 못하나요?
미국의 대표적인 학부모용 미디어 교육 사이트 COMMONSENSEMEDIA 는 갓 오브 워 4나 레드 데드 리뎀션이 굉장히 폭력적인 18세 이상 게임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갓 오브 워 4에서 주인공 크레토스가 어떻게 자식을 교육시키는지, 게임에 북유럽신화라는 문화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또 레드 데드 리뎀션에 폭력에 대한 책임이라든가 철학적인 주제 등이 어떻게 들어있는가 등에 대해서도 리뷰하더군요.
궁금해서 그럽니다 . 답변 좀 해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예술갈래는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가 발달하고 폭력적인 전투씬이 점점 리얼하고 사실적이고 자극적으로 발전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를테면 마징가 시리즈, 스타트렉, 스타워즈, 징비록, 쥬라기공원 등등의 작품들이요.
똑같이 우주에 대한 환상과 모험을 그린 그 옛날 달세계여행과 지금 우주전쟁 영화들, 카우보이 비밥 같은 작품들 비교해봐도 달세계여행 시절과 지금은 비교가 안 되게 훨씬 자극적인데.
안드로이드를 다룬 메트로폴리스와 알리타 배틀엔젤도 그렇고.
그런데 왜 얘네들은 장르의 다양성이자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라는 예술갈래의 발전으로 인정받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액션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에 종이만화같은 미술디자인과 연출력, 힙합 음악을 녹여낸 독창적인 영상예술인데
왜 그럼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문법에 동양화,특히 수묵담채화의 아름다움과 일본의 전래동화와 신화를 녹여낸 오오카미,
액션 RPG게임의 문법에 디즈니의 마법과 기교를 녹여 낸 킹덤 하츠 3,
오픈월드 액션게임의 문법으로 프랑스 만화의 미술을 빌려 몽환적인 분위기의 근대 도시와 중력이 이상하게 작용하는 이차원 세계,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변하는 것을 이용해 판타지적 스토리 등을 풀어낸 그라비티 러쉬는 단순 폭력물이죠?
단순히 그냥 폭력적이고 자극적이고 머리에 남는 것도 없는 일시적인 술담배가 어떻게 이런 감상을 남기고, 제작자가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레지옹드뇌르까지 받을 수 있는지 납득이 안 가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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