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센터 바쁜데 전화를 자주 하면 민폐일까 싶어서 전화도 많이 안했습니다.

1주에 1번. 길면 2주에 1번.

"우리 뽈뽈이 언제쯤 고쳐주시나요?"

『아. 아직 부품이 안들어와서ㅎㅎ 부품오면 바로 고쳐주겠습니다.』

1주 뒤

"우리 뽈뽈이 고쳐지구 있나요?"

『아. 그 부품이 들어오는데 2~3주 걸립니다. 아마 이번주나 담주에 들어올듯하네요ㅎㅎ』

1주 뒤

"우리 뽈뽈이는 정비하구 계시나요?"

『아 요즘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네요. 제가 최대한 시간 내서 정비해보겠습니다.』

1주 뒤

"우리 뽈뽈이는 안녕한가요?"

『네?』

"어...제가 그 뽈뽈이 맡겼잖아요."

『아..아하! 네네네! 그게 어..손님이 많아서 제가 진짜 봐주겠습니다.』

"..."

『근데 저기 키가 어떤거에요? 저희한테 키 주고 가셨나요?』

갑자기 제 뽈뽈이 키를 물어봅니다.

아직까지 정비 시도를 하지도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1주 뒤

"우리 뽈뽈이 부품은 들어왔나요?"

『네? 부품? 아...아아! 그게ㅎㅎ; 어..부품...지금 주문해보겠습니다.』

"저기요. 사장님? 부품 저번에 주문하셨다면서요"

『아ㅎㅎ 그게 제가 ㅎㅎ;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부품 수배해보겠습니다.』

1주 뒤

"사장님 우리 뽈뽈이는 어떤가요?"

『어..그..아직 부품이 안와서ㅎㅎ; 곧 올거 같은데 아직 안왔네요.』

1주 뒤

"사장님"

『네.』

"우리 뽈ㅃ.."

『아 그게ㅎㅎ; 부품이 ㅎㅎ;』

그렇게 흐르고 흘러

어느덧 8주차에 접어들고 월요일

"사장님"

『아..ㅎㅎ; 네ㅎㅎㅎㅎㅎㅎㅎ;;;;』

"어..제가 진짜 많이 기다린거 아시죠? 저 진짜 한 번도 화 안 냈구...큰 소리도 안 냈구...정말 조용히 기다렸는데 이거 시간이 좀 많이 지체된거 아닌가요?"

『아 그게 제가 안고쳐주려고 한건 아닌데 ㅎㅎ; 손님도 많고ㅎㅎ;』

"지금까지 방치상태인데 손님 핑계는 이젠 좀 아니지 않나요? 저도 손님인걸요? 아무튼 그래서 부품은 또 안왔다구요?"

『아..그게...제가 그 부품 수급처에 연락해보고 바로 전화주겠습니다.』

3시간 뒤

『안녕하세요.』

"네. 사장님."

『왔습니다. 제가 진짜 이번 주 주중에는 꼭 수리 완료하고 연락주겠습니다!』

"하아...이미 늦은거 수리는 꼼꼼하게 해주세요."

『근데 손님이 많아서 좀 늦어질 수도』

"사장님?"

『ㅎㅎ; 아닙니다. 아무튼 다 고치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금요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따르르르르릉

『안녕하세요. ㅇㅇ바이크입니다.』

"사장님. 그 뽈뽈이 주인인대요"

『앗...아!! 네! 안녕하세요?』

"이번주 주중에 수리 끝내실거라고 하셨잖아요."

『어..아직 이번주 안 끝났는데. 내일 토요일이잖아요.』

"주중은 금요일까지라고요."

『아..그래요? ㅎㅎ; 아..ㅎㅎ;; 제가 어...오늘 수리하구...어..내일 엔진 올려서 진짜 무조건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일요일에 진짜 어디 갈 일 있는데 내일은 정말 주셔야해요."

『어..근데 혹시 일요일에 주면 안될까요?』

"사장님?"

『ㅎㅎ;; 아닙니다. 제가 내일 늦은 시간에라도 무조건 연락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7시...

따르르릉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ㅇㅇ바이크입니다.』

"오. 드디어 연락을 주셨군요."

『ㅎㅎ 많이 기다리셨죠?』

"저 지금 찾으러 가면 되나요?"

『아..ㅎㅎ; 아뇨아뇨. 그게 베어링이 맛탱이가 가서 어...제가 어...지금 급하게 베어링을 수배했는데 그...내일 일요일에 딱 한 가게가 잠깐 문 열어서 베어링 공급해줄 수 있다고..』

"........"

『월요일! 무조건 월요일에는 제가 진짜 정비 완료해놓겠습니다.』

이젠 제 머릿속에서 형태조차 가물가물한 제 뽈뽈이.

월요일엔...탈 수 있겠죠?

지금보면 갑과 을이 바뀐거 같은데

처음엔 이 불경기에도 손님 많길래 좀 편하게 넉넉하게 시간 갖고 꼼꼼하게 수리해주길 바라며 느긋하게 기다렸는데

솔직히 8주. 내일 모래면 9주. 이건 진짜 좀 아닌거 같아요ㅠ

이게 인터넷 같은데에 이런 글 올라오면 상대방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긴한데

정말 그런 상황 안 만들고 싶어서 목소리 한 번 안높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얼어 뒤질거 같이 추운 날에는 타고 다니더니 날 따뜻해지니깐 타지도 않는구만"

저도..뽈뽈이 타구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