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자와 토모키 감독이 연출한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40살에 소설가를 꿈꾸는 대필 작가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딸아이를 간간히 만날 수 있는 히사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필 작가로서 그의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오리지널 소설입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선 이를 받아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고등어통조림을 보고 히사는 1986년 자신의 고향에서 같은 추억을 같고 있는 친구 타케를 떠올리게 됩니다.

1986년 한 여름, 여름 방학을 앞둔 히사는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다른 친구들이 타케의 집을 보고 놀리는 것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히사 혼자 그 집을 비웃지 않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타케는 히사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곤 대뜸 돌고래가 출몰한다는 '부메랑 섬'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아직 어린 이 아이들이 부메랑 섬을 가는 것은 무리였지만 타케의 협박(?)과 함께 워낙 돌고래를 좋아하는 히사는 자전거를 타고 부메랑 섬으로 떠납니다.

생각보다 높은 산을 넘고 불량배를 만나 위험에도 빠지지만 다른 어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부메랑 섬에 도착합니다. 둘은 이후 절친으로 거듭나고 히사는 타케의 집에 놀러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케의 어머니의 어떤 말 때문에 히사는 타케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둘은 조금씩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그러던 와중 어떤 사고가 발생하고 히사는 타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소년시절의 추억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온 관객이라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처럼 둘 아이의 관계가 치열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자연 공간에서 쌓아가는 두 소년의 우정은 너무 아름답고 고결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타의에 의해 혹은 자연스럽게 관계는 멀어지기도 한 게 인간사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꿈꾸고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 게 아닌가 싶고 이 영화는 그것을 실현해내고 있습니다. 이는 연출자의 좋은 디렉션도 있지만 두 소년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엄청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