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렌스 G. 배저 감독이 연출한 1927년 작 <잇>은 계급을 넘어선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무성영화입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베티는 사장인 사이러스를 짝사랑합니다. 물론 그녀 말고도 수많은 여직원들이 그를 맘에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교계의 스타(?)이고 아델라라는 여성과 교제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몬티가 그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둘은 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에겐 'IT'이라는 것이 있고 주변에 분명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주제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베티는 몬티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데 옆 테이블에 사이러스와 아델라가 앉게 됩니다. 사이러스는 베티를 훔쳐보면서 그녀에게 IT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사이러스는 베티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키스를 하지만 이후 베티는 자신을 쉽게 여긴다며 사이러스에게 거리를 둡니다.

베티는 홀로 아기를 키우는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데 복지부에서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는 친구에게서 아기를 빼으려는 복지부 직원을 향해 자신이 아기의 엄마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를 몬티가 목격하게 됩니다. 몬티는 이 사실을 친구인 사이러스에게 전달하고요. 이렇게 사이러스와 베티의 오해가 만들어지고 좀 더 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무성영화시대의 스타인 클라라 보우가 주연한 이 작품은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데델라 스토리를 조금 비튼 작품입니다. 베티라는 인물은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밀당의 고수이자 남자의 마음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클라라 보우라는 배우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이번 상영회에선 <코타르 증후군>이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섹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연주로 진행되었는데 그의 연주는 배경음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효과음 그러니까 무성영화에선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효과음도 잘 표현해서 극을 긴장감을 더욱 잘 살려줬습니다. 무엇보다 라이브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좀 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고요.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좀 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