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연출한 1983년 작 <비디오드롬>은 <플라이>로 이어지는 감독 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캐나다의 유선 방송 시빅 티비의 사장 맥스(제임스 우즈)는 자신의 채널의 흥행을 위해 좀 더 선정적인 영상을 찾고 있습니다. 수위가 높은 포르노그라피 등의 영상을 찾다가 방송국 엔지니어가 영상 해적질로 찾아낸 위성방송을 보게 됩니다. 영상은 동남아에서 송출된 가학적인 영상인데 맥스는 이 영상의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한 토크쇼에 출연해 함께 대화를 나누던 니키라는 섹시한 여배우를 꼬셔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데 맥스는 니키에서 해적질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니키는 자신의 성적 취향과 그 영상이 맞다면서 영상의 내용대로 맥스와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다음 날 맥스는 영상 제작자와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을 통해 비디오드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한편 니키는 비디오드롬 오디션을 보기 위해 피츠버그를 떠나고 맥스도 비즈니스를 위해 피츠버그를 향합니다. 그곳에서 브라운관 전도회라는 곳을 방문하고 비앙카라는 여성을 마나게 됩니다. 그녀는 아버지 남긴 독백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맥스에게 보여줍니다. 이후 맥스는 환청, 환시를 겪게 되고 이는 그의 목숨을 옥죄여옵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더불어 이를 영상화 시키는 감독은 데이비 크로넨버그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비디오드롬>입니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영상 매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담긴 이 작품을 시작으로 또 다른 주제를 갖고 있지만 기괴한 영상을 보여준 <플라이>를 대성공 시킵니다. 아쉽게도 <비디오드롬>은 어려운 이야기 때문인지 흥행에선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고 하네요.

영화 초반부는 자본주의 찌들어있는 30대 남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돈을 위해선 선정적이건 가학적이든 상관하지 않죠. 그리고 이런 취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맥스는 자신의 사람이 이에 가담하는 것은 또 원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비앙카라는 여성을 만나는 순간 그는 이상 현상을 스스로 겪게 되고요.

80년대 초반에 제작된 이 작품은 해당 주제를 지금 시대에 이입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모던합니다. 당대엔 너무 앞선 주제와 비주얼 때문에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디오드롬>은 많은 씨네필과 장르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수많은 작품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하고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최근에도 간간히 작품 소식을 알리고 있긴 한데 과거의 반짝이는 상상력과 비주얼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