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33년 전 세상을 떠난 위대한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생과 그의 작품을 되짚어보는 작품입니다.

엔니오는 어릴 때부터 트럼페터인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트럼펫을 불게 됩니다. 그리고 음대에 진학해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게 되고요. 우연한 기회에 기존곡을 편곡해 영화에 삽입하는 일을 하다가 좋은 소문이 퍼져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을 하게 됩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 3부작의 음악을 맡게 되면서 그의 명성은 커져갑니다. 사실 <화양의 무법자>의 휘파람이나 <석양의 무법자>의 메인 테마들을 엔니오가 직접 작곡한 줄 알았는데 기존 곡을 멋지게 편곡한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엔니오가 음악가로서 초반의 명성을 얻은 것은 훌륭한 편곡 능력 때문이었죠.

세르지오 레오네와 초등학교 동창인 엔니오는 그의 대부분에 작품에서 음악을 맡았습니다. 대본이 나오자마자 엔니오에게 바로 준다고 하며 실제 촬영현장에선 엔니오의 음악을 아예 틀어놓고 촬영을 할 정도로 둘의 관계는 정말 돈독합니다. 아마 레오네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함께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선 <옛날 옛적 서부에서>의 음악이 유달리 아름답게 들리더라고요.

영화는 엔니오가 이탈리아 본국에서 작업한 곡들에 대한 소개를 꽤나 많은 분량으로 보여줍니다. 일반 관객들에게 유명한 작품들도 소개가 되지만 156분가량의 긴 러닝타임에도 이탈리아의 작품 그러니까 세계 영화팬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들에 대한 비화가 거의 절반 분량으로 소개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클립으로 보여준 영상들을 보니 엔니오의 음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친 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최고 영화음악이 어떤 것이냐고 질문한다면 참 선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도 3부작 서부극, 시네마 천국,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되겠지만 이 작품에선 <미션>의 영화음악, 그러니까 '가브리엘즈 오보에'에 대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연출자인 롤랑 조페의 인터뷰도 꽤나 길게 소개되고요. 아마도 <미션>의 영상 없이도 큰 감동을 준 음악이기도 하고 아쉽게 오스카를 허비 행콕에게 뺏긴 역사도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넬라 판타지아라는 곡의 원곡으로 유명한 이 곡은 <미션>이라는 영화가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데 절반 이상의 영향을 끼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0여 년 전 쯤 엔니오 모리꼬네의 콘서트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는데 홀로 관람한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제일 뒷자리에서 봤지만 그의 명곡들을 그의 지휘를 통해 본 그 기억은 평생 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벌써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곳에서 꼭 평안하시고 다음 세상이 있다면 또 다른 음악으로 후대에게 큰 감동을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