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빌루넨 감독이 연출한 <네 명의 어른이들>은 다자연애라는 소재를 기본 콘셉트로 하고 있는 멜로드라마입니다.

교회에서 사제로 일하는 마티아스와 정치인으로 당대표까지 내다보고 있는 줄리아는 행복한 일상을 지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티아스는 지난 2년간 엔니라는 여성과 뜨거운 관계를 가져왔습니다. 줄리아는 지인을 통해 엔니와 마티아스와의 관계를 알게 되고 엄청난 배신감에 빠집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줄리아는 엔니를 만나보고 싶다고 마티아스에게 말하고 엔니를 초대한 자리에서 둘의 관계를 인정합니다. 그런데 자신도 마티아스와의 관계를 끊지 않겠다고 하며 다자연애에 관한 서적들을 공유합니다.

낯선 관계이지만 시간은 흐르고 줄리아는 우연히 간 클럽에서 여장을 하고 노래를 하는 남자 미스카를 보고 첫눈에 빠집니다. 꽤나 어린 미스카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은 줄리아의 모습에 미스카도 응답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남편에게 전달합니다. 화를 누르지 못하고 마티아스는 분노하지만 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티아스와 엔니 사이의 아기가 생기고 혼란은 더욱 더 깊어집니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이 네 남녀의 관계는 뒤틀다고 보기엔 서로를 너무나 잘 인정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피해자(?) 입장에 있는 사람이 이런 관계를 제안했기 때문에 관계가 시작되었던 거고요.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들의 직업 또는 사회적 위치입니다. 첫째로 마티아스는 '네 이웃을 탐하지 마라'라는 설교를 한 이후 엔니를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심지어 마티아스와 엔니는 코카인을 흡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탄탄대로의 정치인은 평범치 않은 클럽에서 젊은 남자를 만나고요.

사실 사실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줄리아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유력 정치인이 클럽 출입이 비번하고 나이가 한참 어린 정부를 두고 있다는 것도 그러한데 영화 속에서 줄리아는 사람들에게 걸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주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알아보는 것은 미스카뿐이죠. 이런 점이 어찌 보면 너무 판타지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리와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개방되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 모습은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아가 동료 의원에게 이들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좀 더 분명해 보입니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회드라마로 보입니다. 특히 인간관계 그것도 사랑이라는 복잡다단한 관념을 중심으로 두고 얽히고설킨 이들의 모습에서 뭔가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미티아스의 부모님 그러니까 이전 세대와의 소통도 잊지 않고 보여주는 점도 좋았고요.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적인 디테일을 좀 더 보강했다면 좀 더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