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하시 반메이 감독이 연출한 <도어>는 80년대 일본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물입니다.

가정주부인 야스코는 귀여운 아들과 남편을 가족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폰과 전화로 상품판매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친 하루를 보내기가 일쑤입니다. 게다가 남편은 야근 때문에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문판매원 남자가 인터폰을 누르고 대화를 시도 하려고 합니다. 판매원인지 모르고 체인을 건 문을 열자 남자는 광고지를 순간 넣으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야스코는 문을 닫아버리고 그 사이에 손을 빼지 못한 남자는 손가락이 부러져버리고 맙니다. 약속한 야스코에게 이를 무기로 판매를 다시 시도하려고 하지만 야스코는 일절 사과 없이 그를 쫓아버립니다.

그런데 이 날 이후, 야스코 집 대문에 심한 낙서와 더불어 그녀를 긴장시키는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야스코는 그 판매원이 이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와중 남자는 우연히 아파트 1층 로비에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눈부신 외모에 마음이 끌린 남자는 전화를 통해 그녀를 스토킹하기 시작합니다. 야스코의 여러 가지 협박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결국 그녀의 집으로 몰래 들어오게 됩니다.

80년대 일본 버블 경제의 끝자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아파트라는 공간을 공포의 소재로서 잘 사용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한 방문판매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야스코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은 공포를 경험하게 됩니다.

야스코라는 캐릭터자체도 썩 호감이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쓰레기 배출날짜를 정하지 않고 투척을 하고 사람들에게 그다지 친절해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특정화되면 우린 고은 시선으로 그 인물을 바라볼 수 없는데 이 영화 안에 야스코가 그러합니다. 판매원은 굉장히 친절한 영업사원이고 성실한 인물입니다. 다만 반기지 않는 손님이 됩니다. 아마 야스코가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만 했으면 이후에 사건을 발생하지 않았을겁니다.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잘못했음'이라는 한마디만 했으면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요.

이 영화의 2/3는 스릴러 구조로 진행되고 이후 판매원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텐션은 높아짐과 동시에 하드고어적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어떤 장면은 <샤이닝>의 그 유명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거의 쇼트를 나누지 않고 하이 앵글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추격전은 아파트라는 제안된 공간에도 불구하고 꽤나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어떤 장면이 현재 상업영화에선 거의 촬영되지 못 할 연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스코의 어떤 액션이었는데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80년대 그 당시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다른 감정이 들었겠지만 현재 시점으로 보기엔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인 쾌감과 동시에 후대에 많은 영화를 작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