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희 감독이 연출한 <비닐하우스>는 소년원에 있는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돌봄 일을 하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치매 할머니인 화옥을 돌보는 일을 하는 문정(김서형)은 곧 퇴소할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과 마찬가지이죠. 개조한 비닐하우스에서 생활을 하고 아들을 면회하고 온 날이나 자신의 현실이 비참하다가 여기는 순간마다 그녀는 자해를 합니다. 자신의 뺨을 마구 때리는 거죠. 그래서 문정은 자신과 비슷하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해 이를 조금씩 해소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화옥을 돌보고 있는 문정은 그녀를 씻기다가 그만 몸싸움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머리를 다치게 된 화옥은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날 원래 집에 머물고 있는 화옥의 남편이자 시각장애인인 태강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문정은 자수를 하려다 내일이면 퇴소할 아들을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체를 은닉해 자신의 비닐하우스로 옮긴 문정은 다행히(?) 태강에게 들키지 않지만 다음 날부터가 문제입니다. 아무리 시각장애인이더라도 아내의 빈자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문정은 화옥을 대신할 대타(?)를 찾아 화옥의 집에서 화옥인척 지내게 됩니다.

늘어나는 치매 환자로 인한 돌봄이라는 직업도 점차 많아지는 이 상황에서 문정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적이라는 캐릭터라고 보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보다 더 한 참혹한 현실에 놓인 분들도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영화는 여기에 장르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배우자를 시각장애인으로 두는 설정도 흥미롭고 또한 그 시각장애인이 후반부에 펼치는 액션도 아이러니하고 흥미롭습니다.

무거운 주제와 더불어 진지하게 치매, 돌봄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 작품은 김서형 배우가 영화 전체를 온전히 이끌어가는 에너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연극 무대에서 너무나 유명한 양재성 배우의 시각장애인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로서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인 재미도 함께 주는 작품을 연출한 이솔희 감독의 차기작인 과연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