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로 봐주기도 민망한 수준까지 내리막길을 걷던 트랜스포머시리즈.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인지, 그리고 열광하던 시리즈에 이런 의문을 품은 것은 언제부터인지 그 기원을 찾아가기도 어렵던 것이 바로 이 '트랜스포머'시리즈였습니다. 영화야 재미없으면 그냥 끊고 다른 더 좋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으면 그만이지만 이상한 중독성이 있던 이 영화에 대한 의리로 무슨 도박중독에 빠진 부랄친구를 달래는 마냥 괴상한 관계를 맺고 있었죠. 고작 영화에 대한 그런 기고한 감정을 품은 이들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긴 남자들에게 변신로봇은 로망이자 판타지 그 자체니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만큼 트랜스포머는 무언가 아직 갚지 못할 빚은 남아있었고, 언젠가는 모든 것을 청산해주리라 속으면서도 믿게 되는 일종의 잠재력 비슷한 것이 숨어있던 시리즈였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쌍따봉을 치켜들며 환호했던 시리즈는 고작 1편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었습니다.) 1편의 판타지를 그대로 품고 남은 모든 시리즈 역시 극장에 가서 관람했지만 사실 2편부터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지(2편), 다음엔 나아지겠지(3편), 아...니놈 이제 마지막이다(4편) , 이젠 네놈하고 끝이다(결국 다시 보겠지만...5편)...이렇게 시간이 흘러 7편까지 17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희노애락을 같이 한 부랄친구 맞는 것 같긴 합니다. 아주 잠깐 외도를 했다가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6편에서 발견했던 되도 않는 희망 때문에 결국 7편을 맞이했네요.

그런데 말입니다(그것이 알고 싶다 톤으로 읽으셔야 합니다. ^^;). 그렇다면 과연 7편은 이전에 실망을 줬던 2~5편까지와 같은 쓰레기일까요? 아니면, 우리는 여기서 또다른 희망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답은 다양한 영화적 취향을 가지고 계신 관객의 몫이겠지만 저는 이번 7편에 대한 비판은 조금 과도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싶네요. 애초에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심심풀이 허니버터 땅콩' 정도이기 때문이죠. (그냥 땅콩치고는 너무 블록버스터잖아요.) 정말 2편부터 5편까지 개막장에 일관성없는 초딩이 갈려써도 나을 정도의 기승전결 무시한 시나리오 때문에 망작의 길을 걸은 것이지 비주얼이나 화려한 변신 플레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6편인 범블비가 좋았던 이유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솔로무비라는 이름부터가 정체성이던 블록버스터 성향을 줄인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이 단점을 가려주었습니다. 즉, 애시당초 트랜스포머의 문제점은 관객이(제가)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이야기구조가 붕괴되었다는데 있다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다시 7편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트랜스포머 : 비스트의 서막'은 과연 못봐줄 정도의 시나리오였을까요? 일종의 스핀오프였던 6편을 제외하고 '트랜스포머'시리즈로 보자면 최고 인기작이자(흥행작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평을 받았던 1편은 완벽한 시나리오였을까요? 정말 1편 이후의 후속작이 말도 안되게 엉망이라 그렇지 사실 1편도 좋은 시나리오인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평이 더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1편의 이야기가 영화의 정체성에 아주 적절한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승전결이 잘 맞아떨어지고 편안하게 로봇 액션과 변신장면에 감탄할 수 있으면서도 복잡하지 않게 잘 감상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이야기구조였죠. 결국 '트랜스포머'의 정체성은 과도한 액션과 CG를 즐기는 것이었으니까요. (1편 개봉당시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논란이 되면서 '트랜스포머'의 시나리오를 들먹인 적이 있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죠. 당시 심형래 감독의 '디워'시나리오는 '트랜스포머 4,5'편 급이었습니다.)

최고의 '심심풀이 허니버터 땅콩'에 '콜라'서비스까지 제공했던 1편에 이어 7편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설탕 좀 덜들어간 심심풀이 허니버터 땅콩'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값주기에는 조금 아깝지만 막상 돈내고 먹으면(보면) 그냥 저냥 즐기기엔 무난한 정도랄까요. 가야할길이 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시리즈에 먹칠은 안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 관대하다~~) 다만 다음 시리즈가 나올지는 기약이 없네요. 흥행에서 본전도 못건졌거든요. (2차 시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전 의리의 사나이니까요 ^^;) 최근 개봉했던 트랜스포머 두 편이 (범블비, 비스트의 서막) 모두 한줄기 빛이 비췄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단 한줄기 빛입니다. 과대해석 금지~!) 개인적으로는 옵티머스 프라임 젤 좋아하는데 맨날 쳐맞다가 역전하는 거 말고 먼치킨마냥 뚜까 패고 변신하고 또 패버리는 화끈한 모습 좀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아, 물론 시나리오 작가는 이번엔 최소 고졸이상은 쓰는걸로.

또 다른 읽을 거리들 :

-트랜스포머는 왜 계륵이 되었나? https://blog.naver.com/rdgcwg/221095712998

-영화로 나오면 안됐을 작품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2273787682

-스핀오프 영화들 : https://blog.naver.com/rdgcwg/22217006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