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감독이 연출한 <비밀의 언덕>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한 초등학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명은(문승아)은 부모님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 소녀입니다. 6학년인 오빠가 있지만 여느 남매가 그렇듯 서로를 무시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명은의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의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반장으로 선출된 명은에게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타박하기도 합니다.

명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부모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그리고 담임교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반장으로서 '소리함'을 만들고 백일장에 나가서 상도 받아옵니다. 하지만 명은의 아이디어를 뺏는 담임과 장려상을 받은 딸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는 명은을 우린 볼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란성 쌍둥이 소녀가 전학을 옵니다. 명은의 반으로 전학을 온 혜진은 쿨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부모의 직업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밝힙니다. 명은은 새로운 견제의 대상으로 혜진을 여기고 혜진이 쓴 글도 몰래 염탐하기도 합니다. 혜진이 글솜씨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명은은 혜진과 가깝게 되고 항상 좋은 백일장 성적에 대한 이유를 묻게 되고 그에 대한 혜진에 대답은 '솔직함'입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백일장 작품을 이미 낸 명은은 혜진의 이야기를 듣고 몰래 한 편 더 가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제출합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우리집>이 아이들 세상 속에서 정치, 그러니까 어떻게 그 세상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생존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비밀의 언덕>의 명은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족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명은의 대부분의 행동은 엄마, 아빠에게 칭찬을 받기 위함이고 이를 위해선 거짓말과 거짓행동이 조금씩 뒤따릅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응은 명은의 예상보다 만족스럽지 않아 명은은 좀 더 강도를 높은 잘못된 행동들을 일삼게 됩니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은 어른들이 아니라 평범치 않은 가정환경을 스스로 극복해내는 이방인입니다. 이방인인 전학생 혜진은 잦은 전학으로 인해 어떻게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방법은 정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명은과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명은은 혜진의 불우한 환경보단 두 쌍둥이가 함께하면서 이 세상을 버텨 나가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명은 역을 맡은 문승아 배우는 정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초등학생의 모습입니다. 또한 연기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하고 있고요. 학원에서 배운 듯한 연기법을 보여주지 않아 리얼한 모습이 잘 살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 역의 장선, 강길우 배우 또한 속세에 찌들어 있는 30대 부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독립영화에서 이 연령대를 통한 가족의 의미나 기성세대와의 간극을 표현하려고 하는데 <우리들> 이후 아마 가장 좋은 작품이 바로 <비밀의 언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갈등 뒤에 따라오는 어른들의 반성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변화들이 현실에서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결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