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6. 개봉 ㅣ 109분ㅣ12세 관람가

감독/ 임오정

각본/ 임오정, 정그림

출연/ 오우리, 방효린, 정이주, 박성훈

동양이든 서양이든 '지옥'은 인간들에게 그 어떤 형벌과 같이 뇌리 속에 존재한다.

인간이 살아서 겪을 고통으로는 모자라서 탈인간적인 초탈의 고통을 선사하려는 지옥.

여고생 두 주인공들은 그 초탈의 고통이 바로 지금.....이승의 삶이다.

지옥의 삶에서 쉽게 벗어나는 방법을 아는 두 소녀는 그 탈출 버튼을 누르기 전 자신들에게 지옥을 선사한 그 존재에게

복수의 생체기를 내고 떠나려 한다.

단편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임오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지옥은 아무 희망이 없는 두 여고생에게 닥친 지옥 같은 나날들에

관한 이야기다.

용서와 화해?

그것의 주인은 누구여야 할까? 당연히 아픔을 받은 자의 것이어야 한다.

고통을 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용서는 없기 때문이다.

두 소녀는 이미 신에게 용서를 받은 그 가해자를 보며 또 다른 지옥을 느낀다.

영화 밀양의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는 자신의 용서를 빼앗은 신에게 직접 대들지만 두 소녀들은 신은 고사하고 썩고 있는 늪에 자신들도 모르게 빠져들어간다.

그 늪이야말로 강력한 후반전의 필드다.

아이러니와 부조리 , 탐욕,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그 늪이야말로 또 다른 지옥이다.

이순신 장군의 가르침처럼 죽고자 하니 살아나서 힘을 내는 그녀들에게 펼쳐지는 또 다른 지옥은 어쩌면 익히 우리가 듣고 보고 접하던 모습이라 더욱 현실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투박하지만 신선하고 살아 움직이는 그 어떤 에너지가 느껴졌다.

단편영화의 그것처럼 날것의 내음....

배우가 그랬고, 빛이 그랬고, 편집이 그랬고 미장센이 그랬다.

마치 선무당이 점 잘 보는 것처럼 초보 장편 감독의 첫 끗발은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비록 감독이 다음 영화 하나하나를 찍어가면서 기교와 상업성과 당연한 타협을 하겠지만 오늘의 이 날 것 같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를 보는 재미 또한 큰 매력이라 생각이 든다.

점점 영화산업이 위축되며 흥행 위주의 제작이 더욱 뚜렷해져가는 요즘, 이런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이 리뷰는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 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