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한 <바비>는 어린 소녀들의 친구인 '바비'인형이 사는 '바비랜드'와 현실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평화롭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의 바비 중 하나인 바비(마고 로비)는 다른 바비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갑니다. 또한 많은 켄 중의 켄(라이언 고슬링)은 백치미를 갖고 있는 캐릭터이지만 바비에 대한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비는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다른 바비들과 달라진 스스로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비는 본격적으로 현실 세계로 향하고 그 차 안에 켄은 몰래 숨어 들어 함께 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 속 이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고 너무 나이브한 그들의 모습은 문제를 잘 해결해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모녀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켄입니다. 현실 세계는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인데 켄은 바비랜드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게 되고 바비가 문제를 해결할 동안 켄은 바비랜드와 돌아가 현실세계의 이념을 조금씩 주입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바비>를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비교적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중후반에 벌어지는 젠더 키워드와 동시에 정치적 메시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마고 로비의 캐릭터도 흥미롭지만 백치미를 보여주는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가 영화의 톤을 완성시켜줌과 동시에 유머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뮤지컬 시퀀스는 웃음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바비 인형에 대한 수요가 북미 지역의 정서와 크게 달라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선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스타워즈>시리즈나 <스타트랙>시리즈가 그러하듯 기본적인 정서의 차이가 있으면 공감하기가 참 어려워보이더라고요.

여성 서사를 꾸준히 연출하고 연기하는 그레타 거윅은 아무 스스로도 이런 성공을 기대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과연 차기작에선 <레이디 버드>와 같은 작품이라 돌아올지 아니면 좀 더 대중적인 작품으로 돌아올지 벌써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