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도망치면서 살 거야?"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서 도망치기만 하며 사는 여인 정인(정이서)을 중심으로 그려져 나간다.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시골마을에 어쩌면 정인 혼자만 평화롭지 않다. 언제나 마을에서 이방인 같은 삶을 살아가는 정인...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혜정 (김혜나) ...

정인의 눈에 비친 혜정은 환영과도 같아 보이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미스터리한 그녀의 취미생활?

감히 상상도 못해 봤던 일들이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난 이웃집 언니에겐 마치 취미생활 같다. 자신을 더욱 옥죄는 그 모든 것들이 점점 다가올수록 정인도 그 취미생활에 점점 다가간다. 사실 어쩌면 정인도 마음속 한편에 이미 그 취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뜨거운 불덩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혜정이 단지 그 불덩이를 밖으로 꺼내 주었을뿐....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서미애 작가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한 동명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비교적 짧은 소설의 내러티브를 하명미 감독이 좀 더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탄생시킨 스릴러 버디무비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성 소설가의 손에서 여성 감독으로 거쳐 온 작품은 섬세한 독한 맛을 뿜어낸다.

약육강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글같은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복수극(?)은 거칠지만 곳곳에 자리 잡은 감독의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녹여 놓은 메타포를 찾는 재미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하겠다.

소설 속 두 주인공과 꽤나 닮아 있는 듯한 정이서와 김혜나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흐름을 꽉 움켜쥐고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이번 영화를 접하면서 놀란 것은 김혜나 배우의 소구 포인트를(배우를 상품화하는 단어 같지만 이 순간엔 이 표현이 너무 어울려서 ...) 그녀의 데뷔작이었던 송일곤 감독의 꽃섬으로 잡은 것이다. 20년이 지난 영화지만 자연스럽게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타이틀이다. 그만큼 꽃섬은 보석 같은 영화라는 반증이리라.

시사회장에서도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이 아직도 꽃섬인데 이제는 그녀의 취미생활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배우 정이서 또한 소설 속 주인공으로 이보다 더 어울릴만한 배우가 있을까 싶은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안에서 더 예쁘게 담기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쌓여 흉터로 변한 고통이 그녀의 얼굴에 너무나 잘 묻어났다. 적어도 충무로에서는 저런 얼굴을 너무나 좋아하지 않는가?

델마와 루이스가 이 세상에 나온 지 30년도 훌쩍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여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버디 무비의 뿌리는... 조상은... 여전히 델마와 루이스 같다. 그리고 여전히 이 시대의 소위 말하는 워맨스 영화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만 보더라도 반응이 여기저기서 델마와 루이스를 언급한다.

오마쥬라고 하기엔 조금 억지 일수도 있겠으나 내눈엔 혜정이 타고 나오는 오픈카나 마지막 장면들은 분명 이 작품이 델마와 루이스에게 하는 존경의 인사 같다.

개인적으로는 저 두 주인공이 수잔서랜든과 지나데이비스보다 몬스터의 두 주인공 샤를리즈테론과 크리스티나 리치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정 못 참겠으면 아무도 안 볼 때 확 꼬집어 버려!!"

시사가 끝나고 GV 행사때 많은 여성 관람객들의 반응은 통쾌함이었다. 아직도 이 시대를 살아 가기엔 여자라는 타이틀이 약자 일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복수가 통쾌함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더 이상 참지 못해 누가 안볼때 확 꼬집어 버리는 복수극 그녀의 취미생활은 우리 영화로써 그 존재의 가치가 느껴진다. 

                                                                 #이 리뷰는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