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오펜하이머>는 핵개발의 선구자인 실존 인물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대인 출신의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장군인 레슬리(맷 데이먼)으로부터 핵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독일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과학자로서의 욕망과 더불어 자신의 지식을 총집합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오펜하이머는 이를 수락하고 주변 과학자들을 하나둘씩 모아 외딴 곳에 기지를 세워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원작이 있는 이 전기 영화는 놀란이 처음으로 만든 전기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평범치 않은 플롯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덩케르크>에서의 마술과 같은 플롯의 연결만큼은 아니지만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간의 다층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덴 적절한 플롯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테넷>과 같은 플롯이면 힘들 것 같았는데 그러진 않더라고요.

영화를 보기 전 스페터클한 장면이 많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진 않았습니다. 물론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에선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긴 합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과학자로서의 윤리적인 고민과 더불어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었던 50년대를 견뎌내는 한 인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이유로 일을 크게 만드는 지도 보여주고요. 또한 거대한 카르텔이 한 인간을 멋대로 프레임을 씌워 나락에 빠지게 할 수도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놀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베이스음이 강한 한스 짐머와는 비슷한 듯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루드비히 고란손을 고용했습니다. 전작인 <테넷>에서도 함께한 고란손의 음악은 영화의 많은 러닝타임 동안 사용됩니다. 음악이 없는 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개인적으론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그의 음악이 이 영화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껴졌고요.

<인터스텔라>부터 함께한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도 이번 작품을 함께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렛미인>의 촬영 이후 가장 멋진 촬영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크게 세 개의 플롯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각각의 테마가 있는데 그 테마에 맞는 촬영이 멋들어지게 연출됩니다. 특히 흑백으로 촬영된 청문회 장면이 일품인데요. 스트로스 제독의 모습이 두 공간 그러니까 청문회장과 대기실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멋진 연기도 훌륭하지만 호이테마의 촬영과 조명의 콘셉트가 캐릭터에 정말 잘 녹아든 훌륭한 시퀀스였습니다.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이지만 아직 상복 특히 아카데미에서 많이 외면당했는데요. 아마 이 작품은 많은 후보에 오를 것 같습니다.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는 오스카이기도 하지만 <덩케르크>와 함께 걸작으로 놀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 작품이 기억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바로 킬리언 머피입니다. 이 작품에선 특히 좋은 연기를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그의 인생연기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과연 내년 오스카에서 <오펜하이머>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 벌써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