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자 엄태화 감독의 2번째 상업 영화 연출작입니다.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유일한 남아 우뚝 서있는 건물은 '황궁아파트'라는 곳. 이 소문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이곳으로 모여 들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기란 힘듭니다. 특히나 황궁아파트 옆 휘양찬란한 드림팰리스의 입주민에게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반감이 엄청나죠.

찬반양론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대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얼마 전 화재에 직접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 영탁(이병헌)을 대표로 내세우게 되고 바로 투표를 실시합니다. 입주민을 제외한 사람들을 내쫓기로 한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다음 날 바로 사람들을 쫓아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이 생기고 간호사인 명화(박보영)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그에 반해 남편인 민성(박서준)은 영탁과 다른 남성들과 함께 아파트 외부로 나가 식량을 구하고 이 카르텔의 중심적인 역할에 들어가게 됩니다.

일명 '콘크리트'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작품 중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이 작품은 배우 엄태구의 친형으로도 잘 알려진 엄태화 감독의 2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상업 영화 데뷔작이었던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도 그 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 작품이었지만 사실 그의 대표작인 독립영화인 <잉투기>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동시에 현실을 너무나 잘 반영한 작품이었습니다.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 중 <밀수>와 함께 유이하게 살아남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디스토피아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탁이라는 인물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미스터리한 이 인물을 좀 더 매력 있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것은 이병헌의 연기가 한 몫하고 있습니다. 어떤 평론가분은 이병헌 연기 인생의 최고 연기라고 까지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병헌을 비롯한 김선영 배우의 연기가 이 작품 속에서 빛을 바랍니다.

코로나 이전 시대의 개봉을 했더라면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작품이라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시작으로선 모자람이 전혀 없는 좋은 작품임엔 틀림없습니다. 과연 이어지는 마동석 주연의 '황야'(가제)나 두 편의 드라마는 어떨지 벌써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