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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달여만에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후기를 적어보네요.
지난 추석 연휴 <천박사 퇴마 연구소>, <1947 보스톤>과 함께 소위 추석연휴 빅3로 일컬어지면 개봉했던 <거미집>.....
<인랑>에서 제대로 쓴맛을 봤던 김지운 감독이 5년만에 다시 세상에 내놓은 영화죠?
이병헌과 함께 그의 페르소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송강호를 비롯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정말 믿보 배우들의 존재만으로도 안볼 수가 없게 만드는 영화였죠.
영화는 유신시대 한 영화 촬영 세트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고있습니다.
어두운 시대 자신의 예술혼을 맘껏 펼칠 수 없는 시대상 속에 고통받는 감독의 고뇌.... 라고 거창하다면 거창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김지운 감독답게 이를 결코 어둡거나 암울하게 표현하지 않고 요란법석한 소동극으로 펼쳐보입니다.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25년 전 <조용한 가족>처럼 말이죠.
자신의 멘토같은 선배 감독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깊은 자격지심과 도도하기 그지없는 스타배우들을 달래가며 힘겹게 촬영해야 하는 촬영현장의 고충과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작환경들, 그리고 서슬퍼런 검열과 말도 안되는 기준으로 예술작품들을 난도질하던 유신시대에 대한 풍자 등을 결코 어둡지 않은 찐한 블랙 코미디로 한껏 풀어냅니다.
이 영화 개봉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만큼 김기영 감독의 냄새를 숨김없이 내뿜습니다. 거미집이라고 제목 붙인 영화 속 영화 조차 한국영화에 어느정도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떠올릴 김기영 감독의 윤여정님 주연 <화녀>나 <충녀>를 잘 섞어놓은 듯한 내용과 분위기 한가득이죠.
배우들 한사람 한사람도 정말 어쩜 이렇게 이런 난해한 캐릭터들을 능청스럽게 해낼까 싶을만큼 기가 막힌 연기들을 해냅니다.
다만 확실하게 오락 상업성에 포커스를 맞춘 천박사나 감동코드에 맞춘 보스톤과 다르게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블랙코미디에 일반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해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넘 아쉬운 흥행성적을 거두어 너무 안타까웠네요.
하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이번 추석연휴 최고의 영화 <거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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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리뷰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