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감독이 연출한 <너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서툰 두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 둔 날, 세미(박혜수)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납니다. 그 꿈은 절친인 하은(김시은)이 죽어 있는 꿈입니다. 며칠 전에 자전거에 치여 입원한 하은을 세미는 수업을 째고 찾아갑니다. 그리고 꿈 얘기를 하면서 다친 하은을 설득해 내일 갈 수학여행을 함께 가자합니다. 여행비가 모자란 하은은 자신이 가지고 있은 캠코더를 팔아 수학 여행비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둘은 캠코더를 가지고 밖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길 잃은 강아지 한 마리 만나게 되고 '진식'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하지만 세미가 강아지 간식을 사러 간 사이 하은은 진식이를 잃어버리고 자신을 자전거를 친 고3 오빠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모습을 본 세미는 질투와 함께 화를 내며 하은과 다투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은의 또 다른 절친이 세미에게 전화를 걸어 하은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세미와 다른 친구들은 하은을 스토킹하는 대학생 오빠를 안산역으로 불러내 하은이 있을만한 곳을 묻게 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망연자실한 채 학교로 돌아온 세미는 운동장에서 진식을 발견함과 동시에 어두운 교실에 있는 하은과 재회하게 됩니다.

2014년, 수학여행, 안산역 등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건으로 이야기를 만든 조현철 감독은 감수성이 폭발하는 10대 소녀의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려 합니다. 하루 뒤에 있을 끔찍한 사건이 있음을 아무도 모른 채 세미라는 소녀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고백하고 상대가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 고민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오해로 인해 그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복잡다단한 10대 소녀의 마음일 것인데 감독은 이 점을 정확히 캐치해내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비정상적으로 밝은 조명을 고수하는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그 소녀들의 운명을 알고 있음에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고 또한 그 찬란한 시절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의 마음이 또한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가 더욱 더 힘이 세겠죠?

사실 짐작은 했지만 강아지 실종 전단을 확인하기 전까진 그 사건을 100퍼센트 확신하지 못하고 영화를 봤는데요.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소녀들의 대사가 너무나 훌륭했고 그에 따른 캐릭터의 입체감도 살아있었습니다. 두 주연 배우를 제외한 다른 친구 역할의 배우들도 좋았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세미의 부모 캐릭터도 리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카메오로 등장하는 스토커 오빠의 캐릭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데뷔작이라는 게 너무 놀랍고 모든 면이 훌륭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세미가 자신이 키우는 새를 향해 반복해서 던지는 말과 동시에 카메라를 응시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벌써 10년 다 되어가는 그 사건을 어떻게 위로하고 기억해야하는지 <너와 나>는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승환, 루시드 폴의 추모곡과 함께 기억되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