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퀄리티 높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하는갚, “인상적이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몇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린 글쓰기 초보자로서 요즘 더 수준 높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자주 느낀다. 그동안 ‘서평 글쓰기 특강’과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두 권의 글쓰기 책을 접하며 개요짜기, 능동적 표현, 짧게 쓰기, 퇴고하기와 같은 기법을 배웠다. 그러나 내 글이 잘쓴 글인지, 알맹이를 놓친 밋밋한 글이 되진 않을지 걱정되고 막막하다. 초보자에서 벗어나 더 수준 높은 글을 쓰려면 새로운 기술, 원칙, ‘글쟁이’로서의 자세를 점검해야하지 않을까. 

이 질문은 미국 작가 윌리엄 진서(1922~2015)의 책 <글쓰기 생각하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쓰기의 원칙, 글쓰는 사람의 자세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저자 윌리엄 진서는 1946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칼럼니스트, 예일대학의 작문 교수로 활동하며 <글쓰기 생각하기>, <공부가 되는 글쓰기>, <스스로의 회고록> 등 글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는 간결함, 명료함, 뚜렷한 주관과 개성을 글쓰기의 대원칙으로 천명해왔고, <글쓰기 생각하기>에서도 신랄한 지적과 유머, 풍부한 인용을 통해 이를 소개한다. 이 책의 초판은 1976년에 출간됐으며 2006년에 나온 개정판을 바탕으로 본 서평을 썼다. 책은 ‘좋은 글쓰기의 원칙’, ‘알아두어야 할 것들’, ‘여러가지 형식’, ‘글쓰기의 자세’, 크게 네 부분으로 전개된다.

1부 ‘좋은 글쓰기의 원칙’와 4부 ‘글쓰기의 자세’는 글쓰기의 원칙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글쓰는 이가 가져야 할 자세에 관해 다룬다. ‘좋은 글쓰기의 원칙’에서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믿고 자신을 위해 쓰라고 권한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p.38)며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4부 ‘글쓰기의 자세’에서도 이어진다. “주제에 맞추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바꾸지 말자. 독자가 알아차릴 하나의 목소리를 개발하자”(p.203).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 나만의 것을 소재로 삼을것, 나의 목소리를 드러낼 것. 결국 좋은 글은 내가 핵심이 되는 글이다.

아울러 저자는 간결함과 명료함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강조한다. “답은 난삽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우는 것이다. 명료한 생각이 명료한 글을 만든다”(p.21), “자신이 쓴 글에서 군더더기를 찾아내서 가차없이 버리자. 글쓰기는 자아의 행위다. 자아를 인정하고 그 에너지를 활용해 앞으로 나아가자”(p.29~30) 군더더기와 진부한 표현은 철저히 파헤쳐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진서가 후배와 독자들에게 권하는 글쓰기 태도의 핵심이다.

1, 4부가 글쓰기 원칙, 자세를 다룬 총론이라면 2부와 3부는 원칙 위에 글쓰기의 기법을 소개하는 각론이라고 할수 있다. 2부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서 저자는 대명사, 분위기, 시제를 통일하여 독자들이 글에서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통일성에 유의할 것, 도입부와 마무리에 관한 방법론을 언급한다. 3부 ‘여러가지 형식’에서는 논픽션,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과학 기술 분야의 설명문, 비즈니스, 비평, 유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글쓰기의 기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여기서도 글감은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로 한정해야 한다. 여행기는 자신이 간 장소에 대한 핵심적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회고록은 ‘인생의 요약이 아니라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야 한다(p.116). 비평, 서평은 써봤지만 설명문, 비즈니스용 글, 여행기, 유머에는 자신이 없을 글쟁이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윌리엄 진서는 뻔한 글, 방향을 잃은 글을 쓰지 않도록 우리를 친절하게 인도한다. 이 전개과정마다 은근한 유머와 날카로운 지적을 책의 곳곳에 매복시켜 슬슬 지루해할 독자를 환기시켜 준다.

‘비행기에서 산소가 떨어졌을 때 내려오는 산소마스크에 대해 설명하는 승무원의 말도 그렇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체가 그러한 불의의 사태를 경험하는 경우엽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승무원의 말은 그 자체로도 산소를 빼앗아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재난도 각오하게 된다”(p.26)

‘해변을 묘사한다면 “바닷가에는 곳곳에 바윗돌이 널려 있었다”라거나 “때때로 갈매기가 날았다”라고는 쓰지 말자. 바닷가는 대개 바윗돌이 널려 있고 갈매기가 날아다니게 마련이다. 잘 알려진 사실은 모두 지워버리자”

이런 익살을 접한 독자는 풉 웃으며 다시 책장에 집중하며 다음 내용을 기다리게 된다. 또한 냉전과 베트남전, 이라크전쟁에서 위정자들이 애매하고 장황한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중요한 정보의 진의를 은폐한 역사적 사례를 든다. 그리하여 이런 ‘나쁜 문장’이 큰 혼란과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글은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개정판이 나올 때 저자는 이미 84세였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신 정보에 정통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에 능한 저자의 감각도 이 책을 인상 깊게 하는 특징이다. 인용하는 문장들과 이슈들(이라크 침공, 양성평등적 표현)은 대부분 1990~2000년대의 것으로 개정판이 나온 시기와 멀지 않아 그만큼 독자의 주의를 잘 유지하고 있다.

<글쓰기 생각하기>는 간결함, 명료함, 진실함을 어떻게 글속에서 구현할 것인지 자세히 설명한 글쓰기 안내서의 고전이다. 윌리엄 진서는 내용만이 아니라 이 책을 쓰면서도 본인의 원칙을 구현하며 인간미와 개성을 드러낸다. 그는 도입부에서 ‘글쓰기는 재미있고, 완성된 글을 고쳐쓰지 않으며, 상징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며 본인과 반대되는 글쓰기 철학을 가진 외과의사 브록의 주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교류의 경험으로 삼아 브록을 존중하는 저자에게 역시 인간미와 온기가 배어나온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비록 드라마틱하지 않고 느릴지라도, 알에서 깨어나 부화하는 것처럼 분명히 변화하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본연의 목적을 잃지 않고 생동감이 있는 글. 그것이 이 노익장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