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는 전시회 관람 (한정희.중앙북스)

 책방에 '바람쐬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제목은,전시회만 가면 위축되는 사람들에게 능히 취미로 삼을만하니 겁먹지 말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꽤 팔렸다는데,남다르게 지은 제목 덕도 봤겠죠.

 여러 해 전,꼭 이 책의 제목처럼 전시회 관람을 취미로 삼으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건조하게 살아온 탓에 정서적으로 피폐해졌는데,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술을 가까이 하면 감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같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결국 '보는 만큼 알게 될'것으로 믿고 부지런히 미술관에 드나들었습니다.

안하던 짓을 하려니 답답한 점이 많았죠.

특히 비구상 계열(추상화)의 작품들 앞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령,김환기 선생의 위 작품처럼 제목이 구체성을 띠면 그나마 상상의 나래라도 펴보겠는데,형상도 없이

제 맘대로 붓질해놓고 <RNF-124>나 <무제無題>식으로 제목을 붙여 놓으면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화가 겸 미술교사하는 선배는 시작이 잘못됐다고 하더군요.

보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은 그 대상이 자연일 경우에 적용되는 거고 자연 외에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설파했습니다.(먼 개똥철학이여~)

 그는 '감상법'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더니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필두로 몇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이왕 하는 거 폭넓게 읽고 싶어 도서관으로 출퇴근했습니다.

대략 3~40권의 미술관련 서적을 본 다음 전시회 관람을 재개했죠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애초에 책만으론 되는 게 아니었죠.본질은 느끼는 거니까요.

지금도 미술관에 가끔 가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다만 제 나름의 감상 매뉴얼은 만들었습니다.

매뉴얼 1번만 소개하자면 '주눅들지 않는다'입니다.

어떤 작품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것이 감상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취미는 전시회관람>은 서울 대림미술관 수석 에듀케이터 한정희씨가 관람객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이나

애로사항들을 참고해서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을 기술했습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설레고 기분전환되는 순간이 미술관 가는 일이라면,전시회에서 감동받고 영감을 얻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해 질거라고 말합니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미술관 가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들,관람에티켓등 기본에서부터 작품을 감상하는 자세

전시회 만드는 과정,미술관 사람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전시만 볼 게 아니라 미술관을 배회해야 할 이유도 알게 됩니다.

 미술관은 당연히 가능한 모든 공간을 미술관스럽게 만듭니다.

계단,화장실까지 살펴봐야 하고 옥상,테라스에도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옥외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는 지 챙겨야 하며 다양한 액티비티에 빼지 말고 참여하는 게 잘 즐기는 길입니다.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면 미술관 내 근사한 카페테리아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급단계의 애호가들은 콘텐츠가 프로패셔날하지 못하다고할지 모르겠지만 초중급자 분들에겐 좋은 안내서라

생각돼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