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참 쉽지가 않다. 뭐든 풍족하고 내맘대로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진 게 있든 없든 생각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게 쉽지가
않다.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게 어려워서 어떨 땐 짐짓 모른 척 눈 질끈 감고
참아버리기도 한다. 헌데 그게 직장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탁 터놓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싫은 소린
대충 흘려듣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하고 싶은 말도 도로 삭히며 참아버릴 것이다. 그런 얘기, 소위 화를 내서 인간관계에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어쩐지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어 자존감만 깎아내릴 뿐...
나 역시 그런 직장생활을 하며 참고 또 참았었다.
나중엔 도저히 참지 못해 불평, 불만을 터트렸는데 득이 되긴 커녕 엄청난 마이너스가 되어 다가올 뿐이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정말 왜 그랬지?싶다. 여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말처럼 마음 속 쿠폰에 스탬프 찍는 걸 멈췄으면(p107)됐을 텐데 멈추긴 커녕 쿠폰북까지
만들어내며 자꾸만 찍어대고 있었던 것 같다. 아아, 언젠가 그날이 오면 반드시 한 방에 터트리고야 말겠다고. 그
결과는??
딱 잘라 말해서 여러모로 손해다. 그때그때 터트리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때때로 부메랑이 되어 이따금씩 돌아오고
감정소모를 심하게 했던 지난날들이 아쉬워서... 왜 조금 더 쿨하게 넘기지 못했을까하고. 후회되거나 돌아가고픈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지만 불평,
불만만 한가득 늘어놓고 하소연하기 바빴던 나 자신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가끔 안쓰럽기까지하다. 어쨌든 그 덕분에 귀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세상은
또 그렇게 불공평하지만은 않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 정말 나는 왜 화도 제대로 못 낼까? 왜
그랬을까?!
무조건 꾹꾹 눌러담아 참을 필요도 없고 과하지 않게 그때그때 별로였던 감정을 적당히 풀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역시 그러지 못한 내 마음이 가장 문제였다. 치기어린 마음에, 상황을 판단하고 해석하기 보단 뭐든 내 감정 위주로 생각했던 부분이
많다. 심리 상담사인 저자는 말한다.
[ 무언가에 토라졌거나, 고집을 부리면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인생의 본래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흐름 역시 나빠진다. ]p128
소위 치기어린
마음에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린 것이다. 내 감정이라는 아이를 타이르기는 커녕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서. 이 내용을 접하고 나니 지금도 나는
치기어린 마음이라는 아이에게 가끔 곁을 내어줄 때가 있다. 머리로는 그게 그런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정말 가당치않은 고집을 부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걸 알게 되니 또 한번 몹시 반성하게 되었다. 몇 번을 깨우쳐줘도 고치는 게 쉽지 않은 탓에...
어느 쪽이든 인간관계가
참 피곤할 것 같다. 이 세 가지를 토대로 다양한 법칙이 등장하는데 새겨들을 만한 도움되는 법칙들이 많았다. 그 중 금붕어 법칙처럼 수조의
금붕어를 헤아리기 보단 하나하나 꺼내어 세어보면 금방 셀 수 있듯이 복잡한 머리속 생각과 고민들을 끄집어 내어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각과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는 건데 이 방법은 나도 비슷하게 쓰고 있는 편이라 정말 공감이
되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목차만 봐도 인간관계로 인해 조금이라도 상처받은 사람이라면 꼬옥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조금 더 진작 만나지 못한 게 후회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이 책도 그랬다. 많이 힘들고 괴로웠을 때 만났더라면
무척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한번 더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지금이라도 만나 정말 다행이다. 은연중에 상처받고 생채기 난 줄도
모르고 꾸역꾸역 일만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꼬옥 만나보기 바란다. 어쩌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후회를 해도 조금만 하게될 것이다.
고코로야 진노스케 저자의 『나는 왜 화도 제대로 못 낼까』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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