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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애의 마음 (김금희,창비)
소설은 애틋한 향수이고,그리움이다.
사춘기 시절 매달 아버지가 가져오시던 <현대문학>이나 <문학사상>은 세상을 향한 통로였다.
이들 문예지는 여러 편의 시와 단편소설,장편 연재물,평론등이 실려 있었는데 나는 그중 단편 두 세편을
골라 읽곤 했다.
단편은 동양화의 '여백의 미'와 같은 매력이 있었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침잠하는 게 아니라,끊임없이 말을 걸며 사유를 추동케하는 비완결성의 매력,끝난 지점에서
뭔가가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그런게 좋았다.
세상 속에 뛰어들어 플레이어가 됐을 때 소설은 저만큼 멀어져갔다.
'엿봄'의 창구였던 소설에 곁을 내줄 여유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 가끔씩 소설이 그리워졌다.
감수성이 충만했던 시절의 기억들이 소환된 탓일 게다.
'기억'은 죽는 법이 없다.
장편 <경애의 마음>은 사춘기 시절 연인과 친구가 강제적으로 배제된 '기억'을 공유한 남녀의 가슴시린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30대 중후반의 쇠락한 인생들이 '공유'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서로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젊은 날의 기억으로 초래된
부적응을 치유해가는 애틋함 반,쓸쓸함 반의 이야기다.
소설의 끝 부분 경애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는 장면을 정지시킨다면,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의 느낌과
정확히 닮아 있다. 그 정체모를 애잔함이여!
김금희는 우리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중 한명이다.
소설을 끌고 가는 내공이 대단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경애의 마음>은 이 난에서 그리뉘아즈님이 추천해주신 책이다.
벌써 여러 달이 지났는데 이제 시절 인연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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