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의 순수 불펜 100이닝 역사
서론 – 이 글은 어느 한 분이 댓글로 ‘외국에는 100이닝 이상 던진 불펜이 없나요?’라는 질문을 한 것을 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타국은 어떤지, 우리나라의 불펜야구는 시기별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순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한 글이 이렇게 길어졌네요.
+ 글이 엄청 길어서 글 막판에 간단 요약 해놓았습니다. 필력이 조잡하다거나, 글이 너무 길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읽기 귀찮으시면 내려서 요약만 보셔도 돼요. 그럼 시작합니다.
NPB(경기 수 : KBO와 동일한 144경기) - 해당사항 없음
일본은 메이저나 KBO의 5선발 체제와는 달리 6선발 체제를 선호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NPB는 '선발은 투구 수를 많이 가져가더라도 이닝을 해결하는 덕목을 보여야 한다'는 선발로서의 미덕을 요구하고, 선발 투수들은 이에 화답하듯 완투, 완봉을 위해 종종 120~140구의 투구를 보여주곤 합니다. (다르빗슈도 메이저에 가기 전에는 일본에서 120~140구를 밥 먹듯이 던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선발혹사' 경향을 제대로 보여준 게 2013년 재팬시리즈였는데요. 당시 라쿠텐의 에이스였던 '다나카 마사히로(현 뉴욕양키스 소속)'는 6차전에서 '160구'를 던지고 완투패 한 다음날인 7차전에 팀의 3-0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마무리 등판을 해서 15구의 투구를 기록했습니다. 이틀간의 175 투구. '어차피 메이저리그로 떠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승을 위해 라쿠텐이 무리를 시킨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모습은 일본리그가 어떤 곳인지, 왜 되도록이면 한국 선발투수가 진출하지 않았으면 하는 곳...인지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당시 메이저 스카우터들이 혹사로 인한 팔 문제가 있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죠.)
이렇게 선발들이 120~140구의 투구를 종종 보여주며 완투, 완봉, 긴 이닝을 챙기기에 NPB의 불펜들은 많아봐야 70~80이닝이 최대치입니다. (오승환은 외국인으로서의 특수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들부들)
MLB(경기 수 : 팀당 162경기) - 6번 (출처 http://www.fangraphs.com - 팬그래프닷컴)
스캇 설리번(CIN) - 2000년 : 106 1/3이닝, 2001년 : 103 1/3이닝
-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불펜 100이닝을 기록한 선수입니다. 98~01년까지 3점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방어율이 2002년 6점대로 치솟았고(FIP는 커리어 통산과 비슷했으니 운이 안 좋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03, 04년에 각각 64이닝 60.1이닝을 던진 후(방어율은 다시 커리어통산으로 수렴함) 은퇴했습니다. (미국에서도 혹사로 인한 조기은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티브 스파크(DET-OAK) - 2003년 107이닝
- 39세(만 37세)의 나이에 순수 불펜으로 107이닝을 던지는 저력을 보여준 스티브 스파크는 후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20 2/3이닝을 던진 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기예르모 모타(LAD) - 2003년 105이닝
- 대부분의 100이닝을 넘긴 불펜들이 수술, 혹은 안식년을 거치는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달리 100이닝 투구 이후에도 10년을 더 프로생활을 한 선수입니다. 2003년 105이닝 1.97이라는 미친 성적을 보여준 이후에는 비록 3점대 후반 ~ 4점대 초반의 자책점을 기록하며(FIP도 동반상승하였습니다) 03년만큼의 특급투수 활약을 해주진 못했지만, 은퇴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50~60이닝, 많게는 80이닝을 소화하는, ‘계산이 서는’ 불펜으로서의 미덕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차례나 걸린 약쟁이(06년 메츠시절, 12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약물복용이 적발되고 각각 50경기, 100경기 출장정지 당함)니 의미 없음.(이게 제일 중요함)
스캇 쉴즈(LAA) - 2004년 105 1/3이닝
- 2003년 148 1/3이닝 2004년 105 1/3이닝 2005년 91 2/3이닝 2006년 87 2/3이닝
2000년대 불펜 혹사의 아이콘과도 같은 ‘소시아의 남자’이자 ‘고무팔(rubber arm, 실제 별명이었음)’ 스캇 쉴즈입니다. 4년간 433이닝을 던진 후 2008년부터 차차 내리막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리 부상을 치료 후 08년에 64이닝 2.70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상은 치료되었다’라는 듯한 기록을 보여주지만, 09년 이후에는 자신의 부상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17 2/3이닝 6점대 중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더니 결국 10년 46이닝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합니다. (만 34세 은퇴)
당시 스캇 쉴즈 –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일명 K-로드리게스)는 최강의 불펜진이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최훈 카툰에서도 다뤘죠.
카툰 :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223&aid=0000000138
스캇 프록터(NYY) - 2006년 102 1/3이닝
-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캇 프록터가 MLB 순수불펜 100이닝의 막을 내렸습니다. ‘조 토레의 남자’였던 스캇 프록터는 뛰어난 구위가 ‘화(?!)’가 되어 2006년 83경기 102 1/3이닝, 2007년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52경기 54이닝을 던졌습니다.(당시에도 프록터의 남용을 우려했다고 하네요) 프록터는 ‘자신을 무자비하게 굴리는(?!)’ 조토레를 피해 LAD로 도망을 갔지만, 2008년 스프링캠프에 도착한 프록터는 안타깝게도 조 토레와 재회하고 (2008년 조토레 다저스 부임... ㅠㅠ) 41경기 38 2/3이닝을 던진 후 수술대에 오르게 됩니다. (06~07년 평균 자책점 3.5후반대 -> 08년 다저스 6.05) 수술 후 좋은 기량을 보여주길 기대했으나 프록터의 구위는 예전만 하지 못했고, AAA를 전전하다 두산베어스에 영입됩니다.
작년 최다 불펜 이닝 : 델린 베탄시스 - 74경기 84이닝(14.04의 미친 K/9을 보여주며 최고의 셋업맨으로 떠오른 선수입니다. 올 해는 K/9이 15로 더 높다죠?...)
07년 이후 최다 순수불펜 이닝 : 앤서니 스와잭 – 48경기 96이닝 (13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2.91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보여줬습니다. 뭔가 두산과 인연이 깊은 글이 되어가는 건 기분탓이겠죠.)
KBO(126경기, 2015시즌 이후부터 144경기) - 12명 편의상 단계별로 나눔
제1 시기( ~ 2004년) - 불펜 분업개념 미정착 시기
오봉옥(당시 해태) - 2000년 113 1/3이닝
김현욱(당시 삼성) - 2000년 109이닝
장문석(당시 LG) - 2002년 101 1/3이닝
조용준(당시 현대) - 2002년 109이닝
이강철(당시 해태) - 2002년 105이닝
신용운(당시 KIA) - 2003년 119이닝
전승남(당시 LG) - 2003년 106 2/3이닝
유동훈(당시 KIA) - 2004년 120 2/3이닝
임경완(당시 롯데) - 2004년 105 1/3이닝
이 시기는 심심치 않게 100이닝이 나오던 시기입니다. MLB나 KBO나 비슷비슷하게 불펜을 막 굴리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현욱 기록 – http://www.statiz.co.kr/player.php?opt=1&name=%EA%B9%80%ED%98%84%EC%9A%B1&birth=1970-07-06 (가장 열심히 굴려져서 링크 남깁니다)
제2 시기(2005 ~ 2011년) – 과도기
2005년 이재우 99 2/3이닝, 오승환 99이닝 (100이닝 살짝 모자람)
2006년 윤석민 94 2/3이닝 이외에는 2위 권오준 - 80이닝
임태훈(당시 두산) - 2007년 101 1/3이닝
정우람(당시 SK) - 2010년 102이닝, 2011년 94 1/3이닝
07년의 임태훈, 10년의 정우람을 제외하고는 07년 이후 전체적으로 ‘불펜은 시즌 80~90이닝 선에서, 적어도 100이닝은 넘기지 않겠다.’라는 혹사에 대한 마인드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사실 05년은 여기에 포함해야 할지 의문이긴 합니다) 간혹 보면 순수불펜으로 90이닝을 넘기는 투수가 1~2명씩 나오곤 하는데 그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팀의 중간계투는 90이닝을 잘 넘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3 시기 – 정착기
2012년 불펜 1위 박희수 – 84이닝
2013년 불펜 1위 오현택 - 73 1/3이닝
2014년 불펜 1위 전유수 – 84 2/3이닝
이러한 인식은 12년을 기점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힌 것처럼 보입니다. 80이닝을 간혹 넘기는 투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는 1~2명으로 많지 않습니다. 특히 13년도는 최다 이닝이 73 1/3이닝, 그 이후에는 70이닝을 잘 넘기지 않는, 관리야구의 정점을 보여준 모습입니다.
제4 시기 – 늘어난 경기 수에 따른 불펜 수난기
2015년
권혁 – 112이닝
박정진 – 96이닝
조상우 – 93 1/3이닝
최금강 – 89 2/3이닝
(송창식은 10번의 선발출장이 있어 제외 109이닝)
2016년 리그의 약 70%가 진행된 현재
권혁 – 89 1/3이닝(128이닝 페이스) cf) 2위 채병용 – 61 2/3이닝(89이닝 페이스)
(송창식 – 1경기 선발출장 84이닝, 121이닝 페이스)
정착됐던 ‘불펜은 70~80이닝’의 개념이 갑작스럽게 파괴되었습니다. 특히 권혁은 2시즌 이닝의 합이 201 1/3이닝으로 시즌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200이닝을 돌파했으며,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송창식 선수도 193이닝으로 200이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펜의 이닝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126->144경기로의 확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 나열한 2015년도의 권혁, 박정진, 조상우, 최금강 선수의 이닝을 126경기로 환산해보면 각각 98이닝, 84이닝, 81과 2/3이닝, 79이닝입니다.
게다가 외국인 타자제도를 도입한 2014년도 이래로 쭉 이어져 오고 있는 ‘타신투병’현상으로 인해 선발이 오랜 이닝을 끌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일이 잦아지며 불펜의 혹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지는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144경기를 다시 126경기로 돌리지 못하는 이상 늘어난 경기에 적응하면서 불펜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그 관리가 작년보단 더 잘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간단 요약
1. 일본은 2000년대 이후 120~140개를 던지게 하는 선발 혹사(제 주관)가 있을 뿐 불펜은 70~80이닝으로 관리를 해줌(외국인은 예외)
2. 미국은 06년 이후로 100이닝 불펜은 없음. 순수 불펜으로 80이닝 이상을 던지게 하면 혹사 얘기가 나옴(허나 90이닝도 가끔씩 나옴), KBO나 NPB보다 많은 162경기수를 감안해봤을 때 불펜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편
3. 한국은 2005년 이후부터 서서히 정착되어 12~14년에 정점을 이루던 불펜에 대한 관리가 늘어난 경기 수 + 타신투병과 함께 다시 파괴되는 모습을 보임, 허나 첫 해는 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시기이니 차차 타신투병을 조정해가며 불펜관리 또한 적응해나가야 할 것(불펜관리는 선수생명과 연관이 있으므로 매우 중요)
글이 미숙한데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수정할게요! + 혹시 이걸 끝까지 다 읽어준 분이 있으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엄청 뿌듯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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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보니 비가시적인 요소는 제외했어요.
저도 스트존은 무조건 수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