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마음을 품은 집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는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런던에서의 연설은 반세기를 지나 대양을 두 개나 넘어서 서울에서 실현된다. 그리스 신전마냥 기둥을 두르고 기이한 돔을 엎어놓은 국회의 모습, 권위적으로 보이고 싶었을게다. 거짓권력자들의 건축이었다. 아니 그들의 완벽한 자아실현이다. 하나 같이 지식인이요, 인격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 신전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꼴볼견으로 변해버린다. 지조는 아집으로, 부드러움은 유약함으로 둔갑하고 그것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정치 풍경은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다. 죽은 권력의 저주는 여전히 유효하고, 이를 볼 때마다 건축이 우리의 삶이 바꾼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은 이 명제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건축물을 보여준다. 건축물에 대한 글이라기 보다는 희노애락의 사연으로 나눈 그 건축물, 집을 만든 사람들을 그린다고 하는 게 맞겠다. 특별하게 마음에 남은 공간이라면.
낮은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이 아닌 세상사람들의 집이 되고자했던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고통이 순간이 아니기에 사과도 순간이 될 수 없다, 잊고 묻으려고만 하는 ‘사과’에 저항하는 공간,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파괴없는 창조는 가능한 바람이 아님을 보여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아름다운 도서관, 더이상 이진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만 열리는, 오염되지 않고 훼손될 수 없는 사랑의 애틋한 공간, 이진아도서관.
현대사람들은 서로 쓰다듬고 축하하며 입맞춤이라도 해야 할 그 순간에 스마트폰을 어루만진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집을 보아야하는 눈을 다른 곳에 빼앗겨는지 모르겠다. 집을 품을 여유, 심지어 마음을 품을 공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나 싶다. 욕심인 것이다. 집을 가진다는 것이 사치가 되는 사회, 집을 통해서 우리를 그 어떤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조차 힘든 지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을 꿈꾼다. 행복한 집을, 사랑스러운 집을 꿈꾼다.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집을 간절하게 꿈꾼다.
-----
건강헬스포럼 혹은 여러 운동 포럼에서 주로 활동하는 뽐뻐입니다. 뽐뻐라기엔 좋은 물건들을 구입하질 않기에 뽐뻐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암튼 뽐뿌포럼들의 매력에 빠져 애인도 없는데 연애포럼, 생각없이 살면서 고민포럼, 나이는 헛먹어서 30+포럼 기웃거리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독서포럼에 왔습니다. 엥?
간간히 읽은 책들 짧은 서평들 올리겠습니다. 서로서로 책과 작가에 대한 의견 교환하며 더 나은 포럼이 되는데 작은 도움이면 좋겠습니다.~ |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