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그녀들의 원룸(?)을 정리하다가 졸업논문을 발견했네요. 나름 사학과 출신으로서 작성했던 졸업논문인데... 깨알같이 자랑하자면 좋은 학점을 받았던 논문입니다. 그런데 채점교수님 외에는 읽은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름 제 자식같은 글인데...
해서 뽐뿌 회원님들께서 제 논문을 읽어주십사 하고 요약 혹은 수정해 올립니다.
글의 주제는 : 정묘호란의 원인으로는 만주족 내부의 정치/경제적 원인도 있다 입니다. 조선 최악의 군주로 평가받는 인조에게 작은 쉴드배터리라도 지어주는 것입니다.
먼저 이 글은 정묘호란의 원인으로서 만주족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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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을 통일한 누르하치가 구축한 정치체제는 중앙집권적 성격의 강력한 군주제가 아니라, 일종의 연립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누르하치가 구상한 정치 체제는 덕 있는 통치자들에 의한 협치(劦治)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1622년 누르하치가 내린 훈유이다.
나를 이어 군주가 될 사람은 세력이 강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너희 8인은 8쿠사왕(호쇼 버일러를 가리킨다)이니 힘을 합하여 나라를 주간하여 실정(失政)이 없게 하라. 8쿠사왕, 너희 가운데 재덕이 있고 간(諫)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가 나를 이어 즉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간함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에 따르지 않거든 다시 유덕한 자를 뽑아서 즉위케 함이 옳다.
훈유에 의하면 누르하치가 구상한 체제 하에서 칸은 절대적인 일인자가 아니라 ‘도에 따르지 않거든’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존재였다. 이러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만주족을 통합하면서 니루제를 근간으로 팔기제를 확립하였다. 니루제는 300명을 1 니루(niru), 5개 니루를 1 잘란(jalal), 5개 잘란을 1쿠사(kusa)라 하고 그 장관은 각각 어전(ejen)이라 하였으며, 쿠사의 어전 밑에는 좌·우 머이런 어전(meiren ejen) 각 1명을 두었다. 1쿠사가 곧 1기가 되며, 7천5백명으로 편성되었다. 어전은 무예, 호구, 소속인의 교양과 풍속의 유지, 상벌 등 니루의 모든 것을 관리하였다. 니루제 하에서의 병역은 소속 300명 중에서 각 상황에 따라 필요한 수의 병사를 차출하여 군대를 편성하는데, 이들의 군비는 니루 하의 남정(男丁)들이 공동으로 부담하였다. 공납은 수렵과 농사, 채취 등의 수확물을 공출하였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면, 니루는 군사력의 기반이지만 군사조직 자체는 아니었다. 니루 편성의 초기 원칙은 원래 부족의 혈연·지연에 따르는 것이었으나 정복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투항한 자나 포로로 잡은 자, 정복지 거주민 등을 각 니루에 분배하였다. 이러한 니루를 대규모로 정편(整編)한 것이 팔기제이다.
팔기의 주인은 호쇼 버일러(hosyo beile, 和碩貝勒)라고 칭해지는데, 이들은 누르하치의 후손이거나 그의 친인척들로 누르하치가 임명하였다. 예를 들어 다이샨은 누르하치의 아들이었고 아민은 누르하치의 동생 스르가치의 아들이었다. 8인의 버일러 아래에는 만주인·몽고인·한인의 세 종족별로 각각 암반(amban, 大臣) 8인을 두고, 그 아래에는 역시 세 종족별로 두이러시(duilesi, 審判官) 8인을 두었다. 국정을 논의하는 과정은 먼저 24인의 두이러시들이 논의한 후 암반에게 보고하고, 24인의 암반들이 다시 논의하여 호쇼 버일러에게 보고한 후, 버일러들이 결정하였다. 3단계의 이러한 논의 과정은 칸이 독자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도록 하였다. 누르하치가 구상한 체제 하에서 호쇼 버일러의 권한은 막대하였다. 예를 들어, 자신의 재산을 내어 상과 벌을 주고 빈민들을 구휼하는 등의 통치자가 백성들을 위해 할 일이 버일러들의 권한이었다. 홍타이지 역시 다른 버일러들과 다를 바 없이 그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버일러들의 휘하에는 만주족 뿐만이 아니라 여러 민족들이 섞여 있었으므로 버일러들의 권한은 비단 만주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버일러의 권한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호쇼 버일러들은 국가의 대사와 사건을 심리하는 대권이 있었으며, 국가의 주요 수입을 8등분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의정왕대신회의를 통해 국정에 참여하고 심지어는 칸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 8인의 호쇼 버일러 중에서 특히 홍타이지를 비롯한 다이산·아민·망굴타이 4인의 버일러들은 이른바 암바(amba, 大)버일러로서 한 달씩 번갈아가며 국정을 처리하였다.
누르하치가 정비한 만주족의 통치체제는 칸이 절대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8인의 호쇼 버일러와 비등한 권한만을 가지며, 팔기의 주인들 역시 각자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정체제(聯政體制)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정체제는 거국적인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낙후된 정치체제였고, 따라서 누르하치의 뒤를 이은 홍타이지는 먼저 자신의 지위를 8명의 호쇼 버일러 가운데 하나에서 한 사람의 강력한 지배자로 끌어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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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때문에 나누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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