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타이지의 집권과정을 살펴보면 즉위 당시 절대적 지배자로서는 취약했던 홍타이지의 권력기반을 알 수 있다. 누르하치는 따로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1626년 사망했다. 요토와 사할리얀은 홍타이지의 즉위 문제를 둘이서 먼저 상의하고 난 이후 다이샨을 설득한다. 다이샨은 자신이 주도하는 회의에서 홍타이지를 칸으로 추대하여 여러 버일러들의 동의를 얻는다. 이 때 아민은 홍타이지에게 ‘그대를 칸으로 추대할 것이니 즉위한 후 내가 외번(外蕃)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거래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홍타이지는 이 협상을 거부한다.
홍타이지는 아민의 제안을 사실상의 독립을 위한 의지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아민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다른 기는 물론이고 자신의 휘하에 있는 정황기와 양황기도 이탈하려 하여 만주족이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었을 것이다. 아민의 독립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1630년 영평(永平) 일대를 방어하던 아민이 그 지역을 잃은 후 체포될 때 아민의 죄목으로 16가지가 열거되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열 번째로 지목된 것이 아민의 체제이탈 의도가 드러난 행동들이었다.
아민의 죄목:①스르가치와 누르하치는 사이가 좋았는데, 아민이 스르가치를 부추겨 권력에 도전하게 하였고, 스르가치의 사망 후 누르하치는 자신의 아들들과 동등하게 대우하였는데도 그 은혜를 잊은 것.②조선 공략시 두두와 함께 조선의 도읍에 거주하고자 한 것. ③조선인 포로 부녀들을 내정에 보내지 않고 임의로 선택한 것. ④몽골로부터 온 편지를 칸에게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교류를 하고자 한 것. ⑤혼인을 반드시 칸에게 알려야 하는데 혼인의 대가로 받은 가축을 독점하려고 규칙을 어기고 보고하지 않은 점.⑥팔기의 거주지가 이미 정해졌는데, 함부로 경계를 넘어 토지를 개간하고 이주하려고 한 것. ⑦꿈에 누르하치가 나타나서 아민 자신을 때릴 때 황색의 뱀이 나타나서 감쌌다고 하며, 뱀이 자신을 보호하는 신이었다고 말한 것. ⑧칸이 출정하면서 도성에 남아 정무를 처리하게 하였는데 수렵을 하여 정무를 소홀히 한 것.⑨ 여러 버일러들이 전쟁에서 귀환할 때 스스로를 칸으로 설정하여 버일러들을 모욕한 것. ⑩영평의 방어를 맡은 후 지르하랑에게 협박을 하면서 강제로 동행하게 한 것. ⑪영평에 도착해서 환영행사를 하게 하여 스스로를 높인 것. ⑫영평성 안의 한인들을 미워하여, 칸의 휼민(恤民)방침을 비방한 것. ⑬투항자의 재산을 빼앗고, 그들을 팔기의 노예로 만든 것. ⑭칸을 원망한 것. ⑮몽골의 왕녀를 강제로 취한 것. ⑯명의 군대가 난주(灤州)를 공격할 때 돕지 않았고, 영평에서 퇴각할 때 도륙한 것
홍타이지는 즉위할 때부터 아민의 독립으로 인한 만주족의 분열을 경계하였으나, 당장 그를 처단할 수는 없었다. 통치자로서 입지가 약한 홍타이지는 일단 자신의 권력기반을 탄탄히 다질 필요가 있었다.
홍타이지가 권력강화에 사용한 주요 방법은 대외전쟁이었다. 그는 자신의 최대 경쟁자였던 아민을 전쟁의 주요 사령관으로 기용하는 등의 중요한 임무를 부여한 후 그의 치부와 독주를 낱낱이 기록해 두었다가 후일 아민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로서 활용하였다. 아민이 체포될 때 나열된 죄목 16가지를 다시 살펴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정묘호란의 과정에서 생겨난 죄목이고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죄목은 홍타이지가 출정할 때 칸을 대신하여 정무를 맡아보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생겨난 것이며 열 번째와 열한 번째,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죄목은 영평지역의 수비를 담당할 때 생겨난 죄목이다. 은혜를 잊었다거나 칸을 원망하였다는 등의 불명확한 죄목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근거가 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수집된 것들이다. 이러한 죄를 설정하기 위해 홍타이지는 즉위 초부터 정묘호란을 계획하고 아민에게 총사령관을 맡겼다. 아민이 체제를 이탈할 위험이 없지 않았으나, 홍타이지는 아민의 휘하에 홍타이지 자신의 영향력이 강하거나 기반이 약한 버일러들을 지휘관으로 배치하여 아민을 견제하도록 하였다. 아민 역시 체제를 이탈할 의지가 있었던 만큼 정묘호란의 사령관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민은 조선에서 자신의 이탈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데, 1627년 2월 조선과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한양으로 진격하겠다며 ‘조선에서 경작하며 살고 싶다’는 언급을 하며 두두에게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대해 요토는 명·몽골과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포로들을 데리고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아민은 이 문제를 함께 종군하던 팔기의 여러 대신들에게 의논하게 하였다. 아민의 기인 양람기 소속의 대신은 아민의 의견에 찬성하였으나 나머지 7인은 후금으로 귀환하자는 의견이었다. 요토·지르하랑·아지거 등은 의견이 일치되지 않자 우선 조선과 조약에 관한 일을 의논한 후 그 결과를 아민에게 알렸다. 아민은 조선과의 화의체결 과정에서 배제되고 한양으로 진격하지도 못하게 되자 다른 버일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환 도중 약탈을 하기도 하였다.
아민이 비교적 순순히 만주로 귀환한 이유는 당시 조선에 천연두가 돌아 오래 머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주족들은 원래 천연두가 드물었던 중국 동북쪽에 거주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면역이 없었다. 때문에 천연두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조심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이 당시 천연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있지 않다. 화친제의를 한 지 2-3일 만에 홍타이지가 천연두를 이유로 버일러들을 귀환시킨 것으로 미루어보아, 조선에 침입한 군대가 되도록 빨리 귀환하도록 하기 위한 재촉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한편 홍타이지는 스스로 군대를 이끌고 명을 공격하여 원숭환을 반간계로 사망케 하는 등 군사적 업적을 쌓아나갔다. 홍타이지는 점차 호쇼 버일러의 국정참여권한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자신을 제외한 3대 버일러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그 서막은 자신의 최대 경쟁자이자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아민이었다. 1630년 아민이 16가지의 죄목을 근거로 체포·구금을 당하였고, 그 이듬해인 1631년 누르하치의 둘째아들 망굴타이가 ‘패도를 5촌가량 뽑아든’ 죄로 대 버일러에서 버일러로 직위를 낮추게 되고 정람기의 세력을 삭감 당하였다. 다이샨은 홍타이지의 즉위에 찬성하였고 스스로 남면병좌(南面竝坐)의 권위를 포기하였으나, 그 역시도 세력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1635년 다이샨이 평소 홍타이지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망구지(莽古濟格)를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고 비단을 선물한 일이 있었다. 홍타이지는 이를 힐난하며 두문불출하였고, 홍타이지의 압박에 버일러들은 회의를 열어 다이샨의 대 버일러·호쇼 버일러의 직위를 박탈하고 그 세력의 10니루를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자신을 황제로 추대한 대 버일러들을 숙청하면서 홍타이지는 누르하치가 구축한 연정체제를 무너뜨리고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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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경제적 요인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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