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진은 어떻게 출세했는가
우선 하진의 최고 스폰서인 영제 유굉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슴.
유굉은 20년 동안 집권했는데, 이미 즉위 초에 외척들을 모조리 숙청했으며,
유명한 당고의금 사건과 잇다른 후속조치들로 황제 중심의 독재체제를 굳혔음.
견제세력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영제가 했던 짓은 국가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개인 비자금 조성이었고,
여기에 하수인 노릇을 하며 막대한 이득을 취했던 것이 환관들과 눈치빠른 몇몇 사대부들.
그리고 다시 이들 밑에서 로비하면서 벼락출세하는 하진과 맹타같은 부류들 식으로 계속 내려갔는데,
이렇게 줄잇는 무리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 황제(와 직계 라인들)에게 돈을 상납하고,
* 윗분들의 보호를 통해 아랬것들 등꼴을 빨아먹으며 원금을 회수한 뒤 한몫 단단히 잡는다.
물론 일확천금이란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상납급을 못 맞추고 단물만 쪾쪾 빨리다 파산하는 톱니바퀴들도 많았고,
더 많은 상납금을 바치며 자리를 원하는 대체품들은 저 해변가으 모래알처럼 많았으니
유굉 또한 여러 조치를 통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엿슴.
결국 유굉의 철권독재라는 것은 이런 다단계식 삥뜯기 구조였고, 하진도 이에 편승한 부류 중 하나.
물론 하진은 사회 최하층민에서 다이아몬드 회원까지 올라갔으니 여느 소모품들과 다른 인간 승리의 신화라고 봐야 할 듯.
물론 후한 대의 '정상적인' 관리선발은 토지를 기반으로 경제력과 유학적 소양을 갖춘 호족들이
당시 유행하던 인물평 등을 통해 평판을 얻고, 라인을 타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던 것이었는데.
이 '평판' 이라는 것 또한 돈이나 온갖 연줄이 개입되는 식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애매한 기준이나,
인재를 평가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고, 이들을 전부 매수할 수는 없었으니 어느 정도의 견제장치는 있었다고 봐야 할 터.
최소한 유굉이 정립한 시스템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슴.
물론 유굉에게는 지방민을 수탈해 자신에게 돈을 상납할 충성스러운 관리가 필요했으니
향리의 여론보다는 당장 상납금을 바치는 믿음직한 인재들을 관리로 선발했고,
얘네들한테 경쟁력이 밀리면서 입신양명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잉여가 된 사대부들은
황제의 충신들을 더럽다는 의미에서 탁류파라 불렀고 자기네들은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청류파라고 자칭함.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놀기는 양심이 찔리니 효재와 청렴함을 극단적으로 과시하는 원리주의적 풍조도 생겨남.
여기까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푸른미르도 아는 얘기를 도대체 왜 하는건데? 싶겠지만, 요는 이거임.
* 사회 최하층민 하진은 아무런 배경도 없었고, 상식적으론 절대 출세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 하진의 출세 과정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고, 철저히 영제와 환관들의 비호로 인해 이루어진 벼락출세였다.
* 이런 중앙의 부패를 고깝게 여긴 지방 사대부들은 청/탁을 나누며 정신승리했다.
누구는 깨끗한 청류고 누구는 더러운 탁류고 하는 것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지어낸 명칭인데다, 대놓고 선악구도를 조성하기 때문에 편의상 여/야로 표현하겠슴.
2. 유굉vs하진
물론 인간 승리의 신화 하진은 로비해서 올라온 무식쟁이 벼락출세자 치고는 제법 수완을 발휘했슴.
요즘 말로는 폼은 일시적이나 클라스는 영원하다고 함.
하남윤을 지내면서 장각의 제자 마원의가 중상시 봉서와 내통하며 낙양에서 봉기하려던 것을 적발했고,
황건란 발발 이후에는 군부 최고위직인 대장군으로 임명되어 반란 진압을 총지휘했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여)와 반란 진압의 일선에 나선 지방 사대부들(=야)의 괴리를 적절히 조율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슴.
지지율이 낮은 영제가 반란 진압의 총대장으로 하진을 임명했다는 점을 봤을때
이때 하진은 (구)한나라당이 개털릴때 박근혜를 내세웠듯, 지지율 낮은 여당의 이미지 괜찮은 얼굴마담 정도의 위치는 됐던 것 같음.
하지만 황건란이 종결되면서 얼굴마담에 머무르기엔 하진의 위상이 너무 높아졌기에,
유굉도 서원팔교위를 조직하는 등 중앙군을 강화하고 하진을 견제했슴.
유굉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하진의 견제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188년 8월의 서원팔교위 창설인데, 이후 10월에 사열식 한번 하고(+영제의 무상장군 자칭), 하진을 전선이 고착된 서쪽으로 보내 망신 주려다 하진의 뺑끼(+황보숭의 진압성공)으로 실패하고(11월), 겨울 지나고 날씨 풀릴때쯤 되니까 유굉 자신이 병들어 죽어버린 것임.
하진에겐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혹 유굉이 하진을 완전히 끌어내린 뒤 하황후까지 폐출시킬 생각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불행이었을지도 모르겠슴.
3. 하진과 원소의 야합.
서원팔교위의 수장으로 중앙군을 틀어쥔 건석은 예전부터 하진과 사이가 나빴다고 함.
건석은 선수를 쳐서 하진을 제거할 계획을 꾸몄지만 결국 개발리고 뒤짐.
이때 하진과 손잡은 것은 서원군의 (형식상) 2인자였던 중군교위 원소.
원소는 건석과 하진의 불화가 표면화되자마자 직속 상관을 배신함은 물론, 오히려 하진 쪽에 먼저 접선하며 뽐뿌질을 했슴.
여기엔 원소 본인이 '이전부터 꾸미던 바가 있엇다'고 하고, 사실 원소는 당시 아이유,김연아 뺨치는 야권의 아이돌이었슴.
자발적 한군두 급이었던 전대미문의 6년상은 유굉의 철권독재와 금권정치에 대한 반발로 야권 사이에서 번진 효렴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던 원리주의적 트렌드에 정확히 들어맞았고, 낙양불출사 과정에서 보인 반정권 성향과 독재정권의 협박, 세속적인 출세에도 아랑곳않고 초연하다는 이미지는 야권 지지자들을 질질 싸게 했슴. 원소 개인적으론 언변이 매우 좋았고, 학식도 상당했으며, 특유의 자기절제력은 초인적인 수준이었고 심지어는 얼굴까지 엄청난 미남이었슴. 당시 원소의 인기는 얼굴 한번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일대가 마비될 정도..
기록은 간결하지만, 임관 이후의 시어사(=검사)→호분중랑장(=근위대장)이라는 테크트리, 여기에 호분중랑장 시절 환관을 주살하기 위해 개훈,유우와 함께 쿠데타를 공모했다는 기록은 의미심장 하기까지 함.
이 쿠데타 계획은 발각되지 않았지만, 이후 중군교위로의 영전은 아예 중앙군을 틀어진 건석이 직접 위험분자를 관리한다는 느낌이 강해 보임. 아무리 봐도 '군부 수장인 상군교위 건석과 나머지 떨거지들'이란 인상이 강하지만... 상,중,하,전,조,좌,우,조군좌,조군우로 나뉜 서원팔교위의 편제상(서원팔교위는 후퇴가 없는 군대라 도울 조助가 있었지 후 따원 없었슴) 원소는 형식상으론 상군교위 건석 다음가는 위치였던 듯..
하지만 '하진과 친한 문객' 장진을 시켜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초반과 달리, 하진이 건석을 죽이고 서원군을 해체해 병사를 모조리 흡수한 이후부터 서원군 2인자였던 원소는 뺀질나게 하진의 면전에서 직언하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슴.
아마 하진의 건석 제거와 서원군 흡수에 크게 기여하면서 상당한 발언력을 얻었던 것으로 보임.
물론 건석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결정지은 것은 십상시들이 건석이 아닌 하진을 선택했기 때문임,
본디 하진은 환관들이 키워냈다고 봐도 무방하고, 십상시는 하진과 유굉의 불화에서도 하진을 실드 쳐주는 입장이었슴.
좋게만 보였던 하진과 환관의 공조체제에서 하진과 건석의 대립이 끝내 하나가 죽어야 끝날 수준으로 번졌던 것은 건석이 평소 하진을 깔보는 것이 도가 지나쳤고, 유굉의 사망 직후엔 선수를 쳐서 하진을 죽이려 하는 강수를 뒀으며, 원소가 이를 이용해 하진을 부추기자,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건석은 아예 군사적으로 하진과 대결하려 하는 등 매사에 강경론으로 일관했기 때문.
비록 원소가 건석과 하진 사이의 불화를 감지하고 서로를 이간질했지만, 건석의 죽음은 일종의 터닝포인트였슴.
환관 측에서는 이쯤에서 하진과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하진 또한 건석을 제끼고 권력을 확고히 한 시점에서 환관들을 굳이 자극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임.
살펴볼 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지므로 pass
4. 하진과 원소의 대립.
하지만 원소는 하진과 십상시들의 장밋빛 미래를 전혀 바라지 않았슴. 왜냐?
지금까지 1항에선 소위 '집권 여당'인 영제 유굉과 그 측근들의 난정이 얼마나 심각했으며
당고의 금으로 대표되는 공포정치와 언론탄압 속에서 그 불만 여론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는지를,
3항에선 원소가 어떤 식으로 '야권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며 젊은 나이에도 정치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고찰했다고 생각함.
원소는 청류파로 불리는 야권 세력의 영수격이었고, 원소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폭군(=영제)도 죽었겠다, 군사력을 틀어쥐고 있던 그 오른팔(=건석)도 죽였겠다.. 이제 남은 무리들의 죄상을 밝혀 법에 따라 처벌하고 영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된다고 여겼으며, 원소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슴. 비록 원소는 건석을 제낀 이후에도 숱하게 배신과 숙청을 일삼으며 냉혹하고 의리없음을 인증했지만, 그것과 자신의 지지자들을 정면으로 배신하며 정치생명을 끝장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
그리고 이 문제는 하진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슴.
하진은 비록 대장군으로서 성공적으로 황건란을 진압했고, 여권과 야권 사이를 조율해내며 실세로 떠올랐으나
야권 측에서 엄밀히 따졌을때, 하진은 독재자(=영제)와 그 하수인들(=십상시)에 아첨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벼락출세자였고, 보정대신으로 국정을 책임진다고 하면 비웃음이나 당할 최하층 천민 출신이었슴.
출세를 거듭하면서 당연히 하진도 토지와 경제력, 유학적 소양+ 권력 등을 갖췄을 테고,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얻은 인맥도 일부 있었겠지만,근본적으로 하진의 지지기반은 환관(+이들의 문생,고리)으로 대표되는 여권 지지자들임.
(순욱피라미드 등에서 보이는) 사대부들의 명사 네트워크에 하진은 속하지 않았고,
어느 정도 편입되어 있었다고 해도 신참자에 지나지 않았슴.
하진이 원소의 말을 따라 십상시들을 죽이고 환관세력을 꺾는 것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것이었으며
+공약을 지켜서 위세가 하늘을 찌를 원소에게 집권 내내 휘둘리겠다는 것을 뜻함.
5. 타협
하진은 '제멋대로인 자들만 주살하려 했다' 하고,
원소는 '환관이 지존의 측근에서 명령을 내고 들이니 지금 모조리 폐하지 않으면 장차 반드시 화가 되리라 여겼다'고 함.
당초 하진이 주살하려 했던 '제멋대로인' 환관들은 건석과 마찬가지로 하진 입장에서도 제어가 어려웠던 몇몇으로 보임.
불온분자들을 제거하여 지지기반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영제 시대의 청산이라는 생색은 생색대로 낼 수 있으니까.
물론 원소와 그 지지자들은 이런 생색내기용 퍼포먼스에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슴.
이런 하진의 결정에는 하태후의 반대도 크게 작용했는데, 하태후나 무양군, 하묘 등의 반응으로 봤을때 하진을 제외한 하씨 일족들은 대부분 환관 체제의 존속과 공존을 바랐던 것으로 보이고 십상시들 역시 간절히 원하고 있었슴.
당연히 원소 등 야권에선 격렬하게 반발하겠지만 예전처럼 다시 계엄령 내려서 3차 당고의 금이라도 일으키면 될 일이었고, 왠지 영제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지만..... 그 영제는 결국 황건적의 난을 스타트로 흑산적의 난, 장거,장순의 난 등 수십만 규모의 반란이 연이어 터지는 결과를 낳게 했슴. 이런 정국에서 군부 수장을 지내며 지켜본 것이 있어서 그런지 원래 사람됨이 신중했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하진은 그렇게까지 몰지각하진 않았슴.
한편 하진은 집요할 정도로 하태후의 재가에 집착했는데, 이는 역시 하진의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임.
당시 하진의 정치자산을 살펴보면,
* 하진은 여권을 지지기반으로 가지고 있다.
* 하진은 어린 황제 대신 국정을 책임지는 보정대신이었다.
일단 영제 내각이 저지른 실정이 워낙 명명백백 했기에,
하진은 십상시 체제와의 공존보다는 야권과의 공조로 심정이 기울었던 것 같음.
3차 당고의 금 같은 미친 짓을 저지르기에는 너무 정상인이었고.
하지만 아무리 하진이 야권에 기울었다고 해도, 1) 자신의 지지기반을 배신하는 것에 더해, 2) 태후의 재가도 무시해 가며 독단으로 일을 처리해 보정대신으로서 자신의 권위를 갉아먹는 짓은 자살할 생각이 아니라면 하기 어려울 듯..
그렇기에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이더라도 최소한 하태후의 재가 정도는 있어야
하진은 보정대신으로서의 합법성(=자신의 유일한 정치생명줄)을 유지할 수 있었고,
원소와 하진이 서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면 원소는 이 문제만큼은 해결해 줘야 했슴.
사실 원소로서도 하진의 짐을 떠맡는 샘이니 그다지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원소는 정말 '어떤 식으로든' 태후의 재가를 받는 계획을 구상하게 됨.
6. 핵폭탄
원소 등이 또 계책을 꾸며 사방의 맹장들과 여러 호걸들을 많이 불러들여서, 그들로 하여금 함께 군대를 끌고 경성으로 향하도록 하여 이로써 태후를 협박하려 하였다. -후한서 하진열전-
원소의 계책이란 외부에 주둔하고 있던 장군들을 수도권으로 불러들이는 것.
전장군 동탁은 관중의 상림원으로 향했고,
하진의 속관이었던 태산사람 왕광은 고향으로 돌아가 강노수를 징발해 낙양으로 돌아왔슴.
동군태수 교모는 성고에 주둔.
무맹도위 정원은 하북 - 사예를 잇는 나루터인 맹진을 불태웠는데 그 불길이 낙양까지 비췄다고 함.
맹진이 불타자 모두가 두려워하며 환관들을 주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얘네들을 불러서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됐는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다행히 공손찬전에 매우 귀중한 주석이 있슴.
속한서 왈, 하진(何進)이 중상시 조충(趙忠) 등을 주살하고자 하니 이에 하진이 거짓으로 무맹도위(武猛都尉) 정원(丁原)으로 하여금 군사 수천 명을 풀어 하내(河內)에 도적이 있는 것처럼 하여 ‘흑산백(黑山伯)’이라 칭하고, 이 일을 아뢰며 조충 등을 주살해야 한다고 하고 이들이 평음(平陰, 하남군 평음현), 황하의 나루터를 불태워 관청이나 인가가 남아나지 않았다고 하여 태후를 두렵고 놀라게 했다.)
- 파성넷 공손찬전주-
정원은 휘하 군사들을 흑산적으로 위장해 맹진을 초토화시켰고,
하진은 이 일로 영제엄마 조충을 주살해야 한다고 했슴.
여기까지만 봐도 뭔 말인지 알아먹기 어려움....
하지만 좀 아는 형들은 생각나는게 있을듯.
중략(장연)등의 무리가 각각 병사를 일으켰는데 큰 자는 그 무리가 2, 3만에 이르렀고, 작은 자 또한 수천에 이르렀으니 영제는 이를 정벌할 능력이 없었다. 이에 사자를 보내 양봉(楊鳳그 양봉 아님.) 을 흑산교위로 삼고 산적들을 감독하게 하여 효렴과 계리를 선발하도록 하니 그 뒤에야 마침내 이들이 두루 흩어졌으며 다시 모이지 않았다. -구주춘추
장연을 맹주로 하던 흑산적은 군세가 무려 100만에 이르렀고, 황하 이북에서 흑산적의 피해를 입지 않은 군현은 전무했으며,
후한 조정은 이를 토벌할 능력이 없었슴. 영제는 장연을 평난중랑장으로 임명하며 회유했고, 각 흑산 두령들에게도 제각기 벼슬을 내리며 회유함과 동시에 이간책을 벌였던 것으로 보임.
구주춘추에는 양봉이라는 놈(=이놈도 흑산 두령 중 하나)을 흑산교위 삼아 도적들을 감독하고 관리를 천거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대빵인 장연을 냅두고 왠 듣보잡한테 이런 권한을 준 데서 지들끼리 서로 싸우도록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다시 모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봤을때 영제의 이간책은 나름대로 유효한 떡밥이었던 것 같음.
물론 동탁이 집권할 무렵엔 이미 장연도 다시 세를 회복해 나름 패권주자로 떠올랐지만, '흑산'으로 분류되는 여러 분파들이 제각기 따로 놀았기에 100만이라는 넘사벽 리즈시절로 돌아갈 순 없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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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서의 기록을 봤을때 아마 조충은 장연을 회유하는 정책에 상당 부분 참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
이건 영제와 십상시가 제대로 밥값을 한 거의 유일한 사례(!!) 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기록이지만,
원소는 맹진 사건을 조작하면서 영제의 유일한 치적을 쓰레기로 만듦과 동시에 북풍(北風) 떡밥을 매우 자극적으로 활용했슴.
정원에게 흑산적 분장을 시켜 자작극을 벌이게 한 다음,
'북쪽 도둑놈들한테 먹을거 퍼줬더니 이꼴났다. 햇볕정책인지 뭔지로 나라망친 개xx들은 책임지고 할복해라!'
식의 여론을 유도하며 십상시 넘버투인 조충을 탄핵한 것임.
정황상 조충 뿐만이 아니라 십상시 전체를 줄줄이 싸잡아 엮은 모양새로 보이는데,
왠지 천안함사건이 조작이라는 음모론이 생각나지만 이쪽은 레알이라는거.... 흠좀무
물론 이 사건이 조작이라는 것은 하진이 실각하면서 금방 드러났지만, 사건 발생 무렵에는
* 수도로 진입하는 관문인 맹진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으며,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할 생존자는 없다. 흑산적의 습격이라는 소문 뿐.
* 동탁,정원,교모 등 외부에 주둔하던 장수들이 수도로 집결하고 있으며, 하진은 지방으로 부관들을 파견해 병사를 징발한댄다.
* 수도 통치의 핵심인 사례교위(원소)와 하남윤(왕윤) 이 모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라는 상황이었던 데다, 여권 측에 대한 불만 여론은 이미 하늘을 찌르는 분위기었으니
조작 의혹을 제시한다면 그대로 맞아죽을 분위기였고, 여권 지지자나 중도에 속한 사람들도 침묵을 지켜야 했을 듯...
진림,노식 등은 '대권을 쥔 양반이 뭣하러 일을 크게 만드냐' 고 하진을 말렸고
조조도 '옥리 하나면 될 일을 크게 만든다'며 하진의 결정을 비웃었는데,
이쯤 되면 확실히 개삽질 맞는듯.
원소의 편집광적인 똘끼와 경지에 달한 언플력을 여과없이 표출한 사건이었다고 밖엔...
7. 하진의 여유
이런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꾸몄으니 원소나 하진이나 똥줄이 타긴 마찬가지였슴.
하진은 하묘를 통한 십상시의 회유에 그냥 엎어버릴까 마음이 흔들렸고,
원소는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타 놓곤 무슨 미친 소리냐며 끝장을 보도록 했슴.
물론 이 상황에서 엎어버리면 가장 x되는 건 원소였지만,
하진 입장에서도 칼자루를 고스란히 십상시에게 넘기는 격이니 틀린 소린 아니고,
하진은 원소에게 가절을 내려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권한을 내림.
원소는 황궁의 호분들까지 교체해가며 하태후와 환관들을 철저히 압박했고,
결국 백기를 든 하태후는 중상시와 소황문 전원을 파직시키고, 하진과 친한 환관들만 궁궐에 남도록 했슴.
태후의 재가는 이루어졌고, 십상시는 파직되었으니 뒷수습만 남은 것임.
생각보다 일은 잘 풀리는 듯 했고, 뒷수습이라고 해 봤자 뭐 별거 없슴.
* 맹진 전소사태의 희생양으로 애꿎은 흑산적을 친다.
* 십상시의 죄상을 밝히고 법에 따라 처결해 영제의 잔영을 말소.
* 소집된 장군들의 논공행상.
* 기타 등등의 물타기로 조작사건은 묻어버린다. 어쨌든 여론은 영제 시대의 청산을 대환영.
= 구국의 영웅 하진과 원소
정도일 텐데, 하진은 태후의 재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십상시를 축출하면서 보정대신의 권위를 해치지 않았고,
원소와는 공범관계가 된 데다, 논공행상으로 동탁,정원 등도 중앙에 영향력이 생길 테니
원소가 지나치게 독주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염려를 놓을 만 했슴..
하진의 실수는 장양 이하 십상시들의 관직을 박탈하는 것에 그칠 뿐, 얌전히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인데
원소가 세 차례에 걸쳐 죄상을 밝히고 법에 따라 처결할 것을 권하지만 하진은 그대로 묵살해버렸슴.
패배자에 대한 동정이라고 보기는 너무 통이 크다는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마 원소 등 급진파의 행태에 질려버린 중도 온건파의 회유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을까 싶은 인상임.
물론 원소의 지지자들은 원소가 미친 짓을 할수록 더욱 단결하겠지만, 그게 하진의 지지기반은 아닌 데다가,
원소가 수틀리면 불가능해 보이는 짓도 터무니없는 근성으로 해결하는 무서운 미친x임을 뼈저리게 느꼈을테고,
향후 동탁,정원 등이 중앙정치에 편입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들이 비록 원소에 대한 견제책은 되겠지만, 스스로 지지세력(기존 여권지지자들) 을 절딴내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는 하진의 입장에서 불안하긴 마찬가지임.
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해 보험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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