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킹메이커>는 60,70년대 대한민국 정치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자 킹메이커인 한 인물을 조명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60년대 초반 강원도 인제에서 약방을 잠시(?) 봐 주고 있는 이북 출신 서창대(이선균)는 지역 선거에 출마한 전라도 출신 후보 김운범(설경구)의 연설을 듣고 감동해 그를 도와줄 방법을 찾습니다. 왜냐면 좋은 의도와 공약에도 불구하고 김운범은 이미 몇 차례 선거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도 이기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설파하는 서창대의 모습에 김운범은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김운범은 이기고 두 번 더 국회의원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다가온 71년 대통령선거 경선. 민주당 강총재(박인환)이 대통령 후보가 유력했으면 40대 젊은 정치인들도 혁신을 위해 욕심을 내며 경선에 참가하려합니다. 그리고 김영호(유재면),이한상(이해영) 당에서 영향력 있는 둘은 김운범에게 함께 하자 합니다. 하지만 김영호가 욕심을 내면서 이 회합은 무너지게 되고 결국 김영호, 김운범 약강 구조가 되는 와중 여기서 서창대의 킹메이커로서의 능력이 다시 발휘됩니다. 그리고 현직 박통과의 대선 경쟁을 앞두고 서창대는 김운범에게 미래의 공천을 약속받게 됩니다.

대한민국 정치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고 김대중 대통령(김운범)과 그의 뒤에서 그림자 역할을 하며 킹메이커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던 서창대(극중)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전자보다 후자의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는 정치인의 바로 뒤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환희에 찬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엔 뭔가 씁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능력 있는 자로서 누군가 뒤에 항상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를 이 작품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단으로서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를 이 작품에선 잘 보여주고 감독도 엄청난 고민의 흔적도 느껴졌습니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설경구의 연기는 모사를 정말 조심하면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잘 구현해냈고 이선균 또한 복잡다단한 인물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무수히 등장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박인환 배우, 그리고 주조연 가리지 않고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유재명, 조우진 배우들의 연기는 감초 역할을 뛰어넘어 독립적인 캐릭터로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이 작품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엔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상일수도 있고 현실일수도 있는 그 장면은 뭔가 짠하면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한 인물의 모습으로 끝이 나는데 모두가 빛이 될 수 없다면 훌륭한 그림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