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조별리그가 끝나지 않은 대회 초반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팀중 하나는 단연 이란이다.

모로코와의 1차전에서 상대의 자책골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고, 스페인을 상대로는 거의 승점 1점을 얻어낼 뻔했다.

혹자는 "늪축구"라며 환호했고, 다른 누군가는 "안티 풋볼"이라며 야유했다.

 하지만 양자 모두 이란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비 조직력을 선보이며 강자를 상대로도 쉽게 실점하지 않는

축구를 한다는 점은 인정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이란 축구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부임 이후 그들 특유의 스타일로 굳어지는 듯 하다.

한국과 일본이 동반 16강 이상 성적을 냈던 2002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아시아 팀들은 겨우 1승 또는 승점 1점 따내기도 버거워 하며

세계 축구의 높은 벽에 막혀 조별리그에서 대부분 패퇴했으며 2014년 브라질에선 아시아 쿼터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단 한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대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과 이란이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고, 호주가 프랑스에게 선전했다.

사우디의 첫 경기를 제외 하면(사우디도 우루과이와의 2차전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고, 한국도 스웨덴과 스코어 상으로는 1점차 석패였다.)

어느정도 반전을 이뤄내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란이 있다.

그들은 지난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기 전까지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실점으로 "버텨냈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아시아 팀으로서 월드컵에서 어느정도 성적을 내기 위해선 이러한 수비 중심의 축구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우리와 일본이 동반 16강 이상의 성적을 냈던 2002년과 2010년을 보자.

2002년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벨기에와 2대2 무승부를 거뒀고, 이후 러시아와 튀니지를 어렵지 않게 잡아내고 16강에 진출했지만

16강에선 터키에 1대0으로 아쉽게 패배하며 대회를 마무리 했다.(우리의 성적을 복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0년 대회에서 일본은 카메룬과 덴마크에게 승리를 거두며 16강에 올랐고, 우리는 그리스에게 승리 후 나이지리아에게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두팀 모두 16강에서도 상대국에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아쉽게 패배했다.(일본은 승부차기 패)

즉, 톱시드 팀들을 상대할 때를 제외하면 우리 아시아 팀들도 준비만 잘 하면 극단적인 수비전술이 아니라

정면 승부를 통해서 상대를 리드하며 승리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본은 두 대회에서 러시아, 튀니지, 카메룬, 덴마크에 승리했고, 우리도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나이지리아(무승부)와 대등하게

또는 그들을 리드하며 승리하거나 승점을 따냈다.

그렇다고 이란이 아시아에서 조차 수비위주의 전술을 써야 할 만큼 전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6대2 패배의 굴욕을 안겼던 알리다에이, 오랫동안 중원에서 우리를 괴롭힌 카리미, 박지성의 라이벌 네쿠남 등

우리의 기억에는 아시아를 대표하며 오랜 기간 유럽에서 활약한 많은 훌륭한 이란 선수들이 있다.

당장 어제 스페인과의 경기만 봐도 그들은 후반전 실점 이후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스페인을 괴롭혔다.

히딩크가 우리에게 압박 축구를 이식했듯

케이로스는 이란 대표팀의 전력을 냉정히 판단하고 극단적 수비 후 역습을 통한 득점이라는 지금의 전술 만이 세계 무대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금의 이란 축구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세계 무대에서 우리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팀들이 간혹 강팀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결과를 만들어 냈던 것과

어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실점 이후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이란의 위협적인 모습을 보면

이란은 그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겸손한 자세로 축구를 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아시아가 세계를 상대로 정면 승부하며 당당히 맞서 싸워 승리까지 얻어 내길 바라는 것이 너무 과한 욕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