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지택 KBO 총재가 SSG의 구단 창단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있다.
(스포츠서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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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닷새가 지났다.
억울함을 담은 정정 보도문을 이례적으로 발송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포스트시즌 개막을 핑계로 입을 닫고 있다.
그러는 사이 리그 중단의 최대 수혜자라는 의혹을 받는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은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를 단행 중이고, 그중 한 팀은 사장 단장 감독이 동시에 경질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축제가 끝난 뒤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면, 그 후폭풍이 더 거셀 공산이 커 보인다.
KBO는 지난달 29일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두산맨’ 정지택·두산 합작품이었다’는 기사에 잘못이 있으니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을 해당 매체에 했다는 내용이다.
참조 문서 형태로 발송한 보도자료는 몇 시간 뒤 공식 보도자료로 다시 발송됐다.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에 엄정 대응’이라는 서슬 퍼런 제목이 달렸다.
정말 억울하니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지가 함축된 문장이었다.
KBO가 언론 보도에 즉각적이고 단호한 반박문을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안이 엄중하다는 의미이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담긴 스탠스로 읽혔다.
이후 닷새가 지났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KBO리그 최대 축제인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망칠 수 없다”는 이유다.
이미 정규시즌 중단과 더블헤더 강행, 연장전 폐지 등 파행운영으로 시청률 직격탄을 맞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 4사(社)가 ‘손해배상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생존이 걸린 싸움을 시작했는데, 축제에 올인해야 하니 기다려달라는 식의 대응은 ‘엄정’하지 못하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의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
팬과 약속을 저버린 조치이자 KBO리그 파트너들을 기만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공정과 투명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리그 중단으로 공정하지 않은 시즌이 됐고, 그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야구팬이 분노하는 지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리그 중단 여파로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쪽도 공정과 투명의 가치를 무시한 KBO 이사회 일방적 행태를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리그 중단 사태가 KBO 총재의 주도로 벌어진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KBO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KBO 총재의 영향력이 그리 막강하지는 않다.
예결산권을 쥐고 있는 10개구단 사장회의(이사회)에서 총재가 자기 목소리를 낼 명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해당 보도에 대한 ‘엄정 대응’은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일이다.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에 엄정히 대응하는 일은 명백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깔끔한 방법이다.
회의록을 공개하면 회원사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엄정 대응’을 천명할 때에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리그 사무국의 책임이기도 하다.
KBO는 ‘당시 이사회에서 총재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표결 과정에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사회 의장인 총재는 어떤 식의 중재를 했는지를 들여다보면,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결정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를 밝히면, 의혹은 저절로 풀린다.
공정과 투명의 가치 실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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