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영 감독이 연출한 <동백>은 근대사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3대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노년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마을에서 3대째 '동백'이라는 국밥집을 운영하는 순철(박근형)은 아들 남식(정선일)과 손자 귀태(서준영)에게 식당을 물려주려고 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식당 운영이 힘들게 된 상황인데도 모자라 남식이 나름의 홍보를 하는 것도 순철은 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이 밤늦게 찾아와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맛있게 먹고 떠납니다. 그리고 얼마지 나지 않아 그 손님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동백식당의 프랜차이즈를 제안하고 순철의 가족은 동백식당을 위기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손님의 아버지와 순철의 아버지는 같은 근대사의 사건을 함께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여순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희생자와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각자의 기억이 후대와 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전엔 이 사건을 '여순반란사건'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것이 기억나는데 사건의 개요는 제주 4.3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것도 초대 대통령이었던 그 이름도 언급하기 싫은 사람의 작품(?)이었죠.

그렇게 남겨진 후손들 중 그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순철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겐 물어야 되는데 드디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손님이 영화 속에서 언급한 것처럼 100퍼센트 그 손님의 아버지의 잘못된 아니지만 당시 그 청년의 손가락 짓이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면죄가 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당시의 사회상과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의 희생이라고 하지만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청년의 선택에 동의하긴 힘듭니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분명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이 작품을 만들었겠지만 그 결과가 작품으로선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연기적인 부분이 너무 아쉬웠는데요. 박근형 배우와 정선일 배우 등 기성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했지만 손님(회장)으로 등장하는 배우의 연기는 다른 배우들과의 톤이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마치 홀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편집에서도 문제가 있는데요. 기본적인 쇼트 연결도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고 시간을 넘나드는(?) 편집 때문에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일수록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길 바라면서 보게 되는데 그렇지 못 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결과가 나와 많이 아쉬웠지만 누군가에겐 잘못된 기억으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잊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한 정보로선 한 몫을 한 작품이었고 다른 아픈 근대사의 사건들도 꾸준히 만들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