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연출한 <티탄>은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자 올해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 중인 꼬마 알렉시아(이가크 루셀)는 심한 장난을 치다가 이를 제재하는 아빠의 운전 부주의로 큰 사고를 겪게 됩니다.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알렉시아는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된 알렉시아는 자동차 쇼걸로 일하고 엄청난 남성 팬들을 거느립니다. 어떤 스토커 같은 남자를 충동적으로 살인한 알렉시아는 이후 차고로 돌아가 샤워를 하는 중 자신이 쇼를 했던 차와 함께 마치 섹스를 하는 듯 한 행위를 합니다.

그리고 나름의 평안을 찾아보이던 알렉시아는 동료 쇼걸과의 파티장에서 충동적인 살인을 하게 되고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그러던 와중 실종 광고를 보고 나이 때와 생김이 비슷한 남자로 속이고 그의 아버지를 대면하게 됩니다.

모든 면에서 엄청난 수위로 표현되는 이 작품은 감독의 전작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수순이었습니다. 전작인 <로우>는 인육을 먹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를 온전히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티탄>도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그렇지 않지만 초반 30~40분간 펼쳐지는 성행위, 살인묘사 등이 꽤 끔찍 면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개인적으론 뇌에 티타늄이 심어져 있다는 설정이 꽤 괴기스럽긴 했지만 이 설정이 어떤 역할을 할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영화를 다 본 지금은 그 설정이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자동차와의 성행위는 이미 크로넨버그의 <크래쉬>와 같은 작품에서 봤던 설정이었습니다. 물론 <티탄>에선 그 행위 이후 주인공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오히려 강한 설정의 초반부보단 실종 아이 아드리앙의 아버지이자 소방관인 뱅상(뱅상 랜돈)의 등장 이후에서 감독의 분명한 주제 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종교적인 은유에서 기인합니다. 특히나 엔딩 장면은 너무나 분명히 이를 표현합니다. 엔딩 장면이전에 뱅상은 아드리앙(=알렉시아)를 소개하면서 자신을 하느님이고 아드리앙이 자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예수'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엔딩에 이르면 아드리앙(=알렉시아)는 예수이자 성모마리아로 표현됩니다.

분명 가볍게 볼 작품도 아니고 단단히 각오(?)를 하고 봐야 하는 작품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로우>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마음에 준비를 하고 보겠지만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관객들은 아마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우>나 아니면 <크래쉬> 혹은 <안티 크라이스트>와 같은 작품들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예상과는 살짝 다른 방향의 내러티브를 보여준 작품이었지만 이번 작품도 만족스러웠고 과연 다음 작품에선 어떤 이야기와 비주얼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