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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 사오시엔 감독이 연출한 1983년 작 <고향의 푸른잔디>는 초기 로코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자 역시 케니 비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누나를 대신해 시골 학교에 임시 교사로 부임한 다니안(케니 비)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지내던 와중 동료 교사인 수윤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관계가 조금씩 발전해나가던 와중에 다니안의 전 여친이 시골로 내려와 무작정 다니안을 태우고 타이페이로 돌아가려 하지만 겨우 시골로 다시 돌아갑니다.
한편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던 와중, 친구들 간의 갈등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갈등은 아이들 사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 세대들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환경적인 요소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요. 생계를 위해 독이나 전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학부모가 반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한 아이는 이로 인해 아이들과 싸웁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요양을 위해 내려온 사촌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요.
허우 사오시엔의 로코 3부작이라고 칭하는 작품 중에 하나이지만 사실 이 마지막 작품은 로코로 묶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케니 비 캐릭터의 멜로라인은 서브플롯이 되고 오히려 아이들의 이야기가 메인 플롯이 되기 때문입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나 <우리집>이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윤가은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아이들이 좀 더 치열해보이고 이 작품 속에 아이들이 조금 더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다운 모습으로 보입니다.
로코라는 장르에서 벗어난 작품이긴 하지만 초기 3부작 중엔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캐릭터들도 모두 흥미롭고 이를 받쳐주는 케니 비의 캐릭터도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을 시작으로 <동동의 여름방학>과 같은 걸작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부터 허우 사오시엔의 색깔이 조금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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